코로나 블루
임 애 월
그리운 것들이 많아지고
슬픈 일도 없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비가 내려 우울하고
비가 내리지 않아서 쓸쓸하다
스러지는 노을빛 근처에서 서성이는
겨울철새의 가녀린 발자국도 아리다
입동 지나자 더욱 짧아진 하루해
마을 밖으로 향하던 길들이
짙어지는 산 그림자 뒤로 모습을 감추고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늦가을 별빛은
먼 가지 끝에 아슬하게 걸려 있다
이 지상에 슬프지 않은 것들이 있었던가
절망의 순간마다 중심을 잡아주던
연민을 가장한 소소한 감정들도
언텍트, 비대면이라는
소통 부재의 늪 속으로 모두 사그라지고
어둠의 꼬리만 점점 길어져간다
<한국시학> 2020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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