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하는 것은 아름답다
임 애 월
무지개가 아름다운 건
그 순간이 찰나이기 때문이다
노을빛도 순간이고
산 능선을 물들이는 단풍물결도
순식간에 계절을 건너간다
종이꽃보다 생화가 더 아름다운 것도
하루하루 소멸해가는 위태로운 목숨 때문이다
잠 못 드는 밤을 찬란하게 물들이던 별빛도
아침이면 태양빛 속으로 사라진다
짧은 시간을 불태워
절정의 순간을 살고
홀연히 사라지는 것들
지나온 것들은
그 상처마저 그리워지는 이유는
지금은 그 아픔이 소멸했기 때문이다
이 지상의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아름답다
- 시집 <그리운 것들은 강 건너에 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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