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이사 온 봄
고정현
깨알 보다 작은 씨앗 가족이
청이네 이삿짐에 실려 와
아파트 현관입구 작은 화단에
제 집 짓고
불쑥 쏙쏙 거리며
가녀린 몸을 드러내니
겨울이 갔음을 전파하는 바람이
연녹색 옷깃에 눈길 빼앗겨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세상 이야기 전해주는데
시장바구니 들고 나서는
청이 엄마 뒤 쫓던 강아지
신기한 듯 두어 가닥 옷깃을
발로 툭 치며 시비를 거는 사이에
봄은 우리 이웃이 되어버렸다.
*제 1시집 “붉은 구름이고 싶다”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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