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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시조, 동시

들꽃이 되어 / 임애월

작성자嘉南 임애월|작성시간21.04.20|조회수68 목록 댓글 2

들꽃이 되어

 

임 애 월

삭지 않는 그리움으로 한 계절을 살겠다

한적한 길에서 만나는 파란만장한 것들의 이야기에

두 귀를 열어 놓겠다

길을 놓친 바람을 만나면

지평선까지 좁은 산길을 말없이 동행해 주겠다

산모퉁이를 돌다 문득 마주친 노을의 슬픈 눈빛

붉고 어두운 슬픔을 가둔 노을은

언제나 등 뒤의 배경화면으로 낮게 깔려있다

초저녁 서쪽으로 뻗은 가지 위에 위태롭게 걸린

별빛의 말간 슬픔도 받아 안겠다

그 아스라한 빛들이 잎사귀에 스며들어

새벽의 푸른 잎맥으로 거듭날 때까지

슬픈 기색도 없이 긴 밤을 견뎌내겠다

바람을 따라간 작은 소녀가

잃어버린 길을 찾아 지친 걸음으로 다시 돌아올 때

그녀가 걸어오는 흔들리는 들길 위에

작은 꽃등 하나 걸어놓겠다

떠나간 기억들은 늘 저녁의  밀물을 타고

조용하게 돌아오곤 했다

그 바스락거리는 기억의 궤도 저편

더욱 쓸쓸해진 어깨를 위해 성호를 긋는

남십자성이여

한때는 진실이라고 믿었던 슬픈 몸짓들이여

안녕, 너를 위해 소리도 없이

허공에 꽃잎 하나 다시 피운다

 

 

 

- 시집 <지상낙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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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pine | 작성시간 21.04.21 나두 남십자성 보고 싶다.
    살아 생전에!
  • 작성자들꽃 향기 | 작성시간 21.04.24 아침에 멋진 작품으로 힐링하고 갑니다.들꽃이 되어...머물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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