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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시조, 동시

그런 날 / 임애월

작성자嘉南 임애월|작성시간21.05.25|조회수59 목록 댓글 1

그런 날

 

임 애 월

 

 

문득

나무들의 체온이 그리워지는 날 있다

지은 죄도 없이 깊은 골에 유배되어

선 채로 형벌을 사는 나무들의 창백한 이마가

늦은 봄날 오후 햇살에 견고하게 빛날 때

한번쯤 그 푸른 동맥에 손을 얹어

우주의 핏줄을 관통하는 심박수

그 뜨거운 순환을 느끼고 싶은 날 있다

아득한 천공에 매달려

한발도 내딛지 못하는 붙박이별처럼

벼랑 끝에 온전하게 발목 잡혀버린 날

그의 처절한 자유의지가 

하늘로 밀어올린 무수한 잎사귀들

미세한 잎맥을 타고 흐르는

어둠 속 뿌리의 절규

간절하게 듣고 싶은

그런 날 있다

 

 

<문학과 창작> 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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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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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들꽃향기 이승남 | 작성시간 21.05.29 오늘 선생님의 귀한 시 읽으며
    나무들의 체온과 빛나는 잎새들의 틈으로 산보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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