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시, 시조, 동시

남십자성의 기억 / 임애월

작성자嘉南 임애월|작성시간21.07.01|조회수41 목록 댓글 0

남십자성의 기억

 

임 애 월

 

 

내 안의 어둠이 깊어질 때

천지사방으로 엉켜있는 낯선 길을 찾아 나선다

정형화된 감성의 신, 전지전능한 자본주의 신이여 안녕

가진 것이라고는 순수 무구한 눈빛 하나뿐인

남국의 작은 나라 가난한 숲길을 걷는다

건기의 흙먼지가 휘날려도 해맑기만 하던 그들의 웃음이

내 안의 검은 어둠을 헤집고 남십자성으로 떠오른다

삶은 우연적인 것들이 겹쳐서

필연처럼 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다

무작정 밀고 들어온 그들의 맑은 웃음이 

내 어둠을 사르는

구원이고 빛이었음을 문득 깨달을 때

이곳에서 또 하나의 나를 해체한다

군더더기 살점들이 빠져나간 앙상한 뼈들을 싸안고

조금은 헐거워진 삶의 굴레 속으로

습관처럼 다시 기어들어 온다

 

 

- <문예운동>  2021 여름호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