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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시조, 동시

꽃차를 마시며 / 임애월

작성자嘉南 임애월|작성시간21.07.03|조회수42 목록 댓글 1

꽃차를 마시며

 

임 애 월

 

 

작은 유리병 안에 웅크린 채 박제된

맨드라미, 도화, 생강나무 꽃

뜨거운 물에 몇 송이 띄웠더니

사르르 풀어지며 깨어나

서둘러 제 모양새 가다듬는다

열매도 씨앗도 없이

화려한 꽃으로 한 생(生)을 마감한

처절한 마지막 향기가

혀끝을 잠시 자극하더니

서편 하늘 노을처럼

목 안의 어둠 속으로 이내 사그라진다

몸 안의 세포들 하나 둘 깨어난다

대신 꽃 피워 줄 그 무엇이

내게 남아 있을까

붉고 여리고 노랗던 그 향기 따라

이른 봄 뜰 안을 괜스레 서성이면

들린다, 침묵의 가지마다

봄꽃들 물 오르는 소리

 

 

- 월간 <See>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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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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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대규 | 작성시간 21.08.18 임애월 선생님의 향기로운 차향이 그리워서 자주들러야 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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