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탕탕이
고정현
신안 증도의 작은 식당은
나의 인격을 무너뜨린 곳이 되었다
작은 발가락 하나까지 꿈질거리며
포획되기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낙지의 용감한 적대행위를
입천장에서 강렬하게 확인하는 순간
나는 포악한 정복자가 되어
정의는 승리자의 몫이라는 것을
한 잔의 술로 인증 한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은
죽이는 자의 손을 빌려
죽은 것으로 포만감을 누리지만
산 것의 생존본능을 눈으로 보고
젓가락의 시비를 거부하는 행위에
입맛 다시는 존재가 되는 즐거움을
신안의 섬 증도에서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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