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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시조, 동시

딱다구리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1.11.07|조회수17 목록 댓글 0

딱따구리

             고정현

 

 

날카로운 부리로

가슴을 쪼아대고 있다

따다다닥 따다다닥

쪼아낸 자리에 멍이 든다

짧은 손톱으로

퍼런 멍을 긁어내기에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멍이 썩고

썩은 멍에서 하얀 고름과

구더기가 나오기 전에

한 컵의 알코올로 소독을 한다

소독되어 거품이 부풀어 오른다

거품은

으깨어진 플라스틱 장난감 같은

해체된 사랑 따위의 언어들을

밖으로 내어 뿜는다

새 살이 돋을 때까지

소독하기를 멈출 수는 없다

새 살이 돋으면

딱따구리를 버린 후

붕어를 한 마리 사려고 한다

뻐끔 뻐끔거리는 붕어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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