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로에서 110
고정현
시간은 내게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은 채
또각또각 여인의 하이힐 소리같이
정확하게 간격을 맞추어 걸어가고
나는 그 간격도 재어보지 못한 채
그 뒤를 따르고 있지.
얼마나 남아있는 지도 모른 채
무한정 남아 있을 것처럼 착각하면서
아까운 마음도 상실하고
지나간 시간은 추억으로 묶으면서
버리고 흘리며 더러는 잊기도 하지
시간을 재 볼 계산기는 어디에도 없어
* 제 3시집 "바다에 그늘은 없다"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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