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로에서 113
고정현
시간은 내게 약속한 적이 없지만
어김없이 내게로 다가와
하루라는 이름에 표를 남기고 간다.
그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
어떤 것으로 다듬을 것인지
그것은 내가해야 할 숙제일 뿐
시간은 거기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등줄기 타고 흐르는 땀만큼이나
내 삶의 흔적들이 내 몸을 훑고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페이지를 넘기지만
되돌려보면 딱히 곱씹을 것도
아파할 것도 없이
흐르는 대로 작은 선을 그으며
그렇게 또 한 번의 시간이 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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