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밑천 떨어지다 3
고정현
비쩍 마른 가슴 하나가
길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사방팔방으로 길은 있건만
마른 가슴조차 들어갈 틈이 없는
갈라진 논바닥같이 비좁은 길
하늘로 보내는 한숨이
꼬리 물고 오르는 아지랑이 되고
마지막 숨 내 쉬며 헐떡거리는
누렇게 병들어가는 시간들의 체념.
아!
내 가슴은
넓적한 솥뚜껑 같아서
노란 속살 가득한
배추 한 포기만도 못한 존재
들쥐 한 마리가
사각사각 긁어먹고 있다.
*제 1시집 “붉은 구름이고 싶다”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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