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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밑천 떨어지다 3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1.12.22|조회수13 목록 댓글 0

시인밑천 떨어지다 3

                        고정현

           

 

비쩍 마른 가슴 하나가

길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사방팔방으로 길은 있건만

마른 가슴조차 들어갈 틈이 없는

갈라진 논바닥같이 비좁은 길

 

하늘로 보내는 한숨이

꼬리 물고 오르는 아지랑이 되고

마지막 숨 내 쉬며 헐떡거리는

누렇게 병들어가는 시간들의 체념.

 

!

내 가슴은

넓적한 솥뚜껑 같아서

노란 속살 가득한

배추 한 포기만도 못한 존재

들쥐 한 마리가

사각사각 긁어먹고 있다.

 

*제 1시집 “붉은 구름이고 싶다”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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