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시절 있었답니다
고정현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시절
기억의 길을 되돌아 걷다 보면
골목마다 소복하게 쌓여있는
그런 시절 이야기를 만난답니다
보릿고개가 얼마나 험하고 높은지
헐떡거리며 오르다 눈에 뜨이는
싱아 찔레 삘기 칡뿌리 꽃잎들로
허기를 달래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라면에 라면보다 국수를 많이 넣어
푹 끓여 먹고 라면 먹었다 자랑하며
벽에 붙여 놓았던 껌을 다시 떼어 씹던
그런 시절이 있었답니다
한 겨울 손발에 동상 걸려도
구슬치기 딱지치기 비석치기에 빠져
손 호호 발 동동 거리며 놀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답니다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그 시절
기억 속에서 꽃이 되어준 그 시절
추억이라 하는 그 시절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나는
그런 시절이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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