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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리에서 12 -장마-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2.04.16|조회수8 목록 댓글 0

진상리에서 12 -장마-

                  고정현

 

 

멀뚱거리는 눈으로

비에 지워지는

땅따먹기 흔적을 보며

들에 가신 엄마에게

우산 갖다 드려야 할 것을 잊었고

거친 걸음으로 오신 엄마는

부엌 들어서기 전

말 폭탄을 쏟아 내셨지만

피할 곳은 처마 밑뿐이었다

 

연기는

무거운 비를 맞으며 하늘로 오르고

수제비 냄새는 처마 밑까지 쫓아왔지만

차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빗줄기 바라보는 아들의 처량함을

아버지는 막걸리 사 오라는 호통으로

벗어나게 하셨다

 

긴 장마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제 3시집 “바다에 그늘은 없다”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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