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리에서 17 -지뢰 1-
고정현
만년필은 신기한 것이었다
홍수에 밀려왔는지
계획적으로 떠내려 보냈는지
어린아이에게서
손가락과 꿈을 앗아갔다
대수롭지 않은 것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것
가는 철사 세 개가 솟아난 삼발이
무심결에 건드린 결과는
뒤꿈치를 잃는 것이었다
조금 큰 똑딱이라고 하면 될까
원형의 작은 통 위에
더 작은 원형의 통을 끼워놓아
발로 밟으면 쏙 들어갔다가
튀어나와 터지며
발목 앗아가는 발목지뢰
도시락 닮아 벤또 지뢰라 했다
멀리서 돌을 던지기 시작하여
한 걸음씩 다가서며
뇌관 맞추기 시합을 했다
던지고 도망치고를 반복하는 것은
그 결과를 알기 때문이다
주변에 장애인이 적지 않았다
장난 거리였던 것도
두려움이 되었던 지뢰들이다
*제3 시집 “바다에 그늘은 없다”에 수록
*소설 "진상리"는 교보, 알라딘, Aes24에서
구입가능하며 010, 6646-5164 문자 주시면
작가에게서 구매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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