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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21 (빈 소주병)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2.10.01|조회수15 목록 댓글 0

술 21(빈 소주병)

              고정현

 

 

어느 여류 시인이

빈 소주병에 대한 시를 낭송하는데

 

나는

텅 빈 소주병이

바람 스쳐가는 길목에 누워

무슨 소리 냈는가 기억 해보니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하고

새의 짝 찾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어느 날 밤

여인이 흥분에 겨워

자지러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취한 사내의 웅걸 거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어느 저녁

집 앞 공원 정자에 앉아

빈 소주병 하나 앞에 놓고

바람 스쳐갈 때

무슨 소리를 내는지 관심을 주었더니

 

!

병실에 누워

마지막 숨 고르느라 애쓰시는

어머니의 끈적이는 바람소리가

휘이  휘이이이이  휘 이이이이이 하며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덩그러니 누워 있는 빈 소주병

잠시 후

어느 노인이 눈치를 보며 주워갔다

 

*울진 덕구 온천에서 땀을 쏟아내고

야외에서 마시는 한 잔의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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