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에게
고정현
휴양처의 이른 새벽 산책길
어제 보지 못했던
거미줄 한 가닥이
차도를 가로막고 있다
외부 생명의 출입 금지인가
혹은 사람만 통행금지인가
저 흔들리는 한 가닥 선으로
영역을 표시해 놓은 것인가
밤새도록 얼마나 애를 썼을까
어떻게 여기서 저기까지
거미의 수고에 미치지 못하는
내 게으른 문학의 열정
차마 그 줄을 끊을 수 없어
조심스레 고개 숙여 지나면서
그 수고에 박수를 보내준다
2023, 6, 23
제주 포럼 펜션 산책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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