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모습
고정현
장터의 중앙에 서서
독사의 혀를 날름거리며
온갖 화살을 쏘아내고
잔치의 상석을 바라면서
도포자락 휘날리며 걷는
저 가증한 모습을 보라
생각 없이 내 뱉는 언어들을
폭우처럼 쏟아내고
이리의 눈동자를 굴리며
승냥이의 이빨을 드러내니
배고픈 쥐들이 곳간을 찾아
구멍을 뚫는 형상이구나
남인 북인 노론 소론들도
명분과 명예와 체면은 지켰으며
노숙자들도 자존심은 있고
일용직 노동자도 제 몫을 알건만
저들은 이도저도 아닌 모습으로
자리 보존에만 급급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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