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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시조, 동시

겨울비 / 임애월

작성자嘉南 임애월|작성시간24.01.02|조회수53 목록 댓글 1

겨울비

 

임 애 월

 

 

어둠을 뚫고 예감처럼 겨울비 내린다

건조하고 삭막한 간절기를 틈타

파란 양철지붕

조심조심 두드리는 빗소리

치열하게 한 생을 걸었던

한때는 화려했던 세상의 누더기들

말갛게 씻겨 내린다

잠들지 못하는 이승의 밤을 껴안고

묵묵히 비를 맞는 마당 끝의 늙은 감나무

그 헐거운 어깨가 남루해 보이지 않는 건

오롯이 품고 있는 나이테 때문이다

앙상한 가슴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가지 끝 기억들을 붙들고 

긴 산맥을 달려온 비의 발소리 

산사의 새벽독경처럼 경건하게 듣는다

바람처럼 가벼운 시간의 숲 속으로

새로운 계절의 긴 호흡을 따라가며

무성하게 다시 피어날 잎사귀들의 

향긋한 행방을 꿈꾸는 겨울비

또 다른 생의 화려한 예감을 위하여

오늘은 밤새도록

가난한 추녀 끝을 어루만지고 있다

 

 

- <월간문학>  202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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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차리염 | 작성시간 24.01.22 잘 감상햐고 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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