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로에서 53
고정현
남의 살 깎아 제 배 채우고
남의 눈물로 제 옷 세탁하니
빼앗기는 자의 서러움은
강자의 탐욕에 가려지지요.
여기저기서 찾고 찾아
묘한 논리로 사람을 유혹하여
고개를 끄덕이게 해놓고서
가슴까지 후벼 파버리는
악덕 기업의 고객약관을 보면
저들 빠져나갈 방법을 만들고
약자 위한 규칙이라 하지만
정작 필요한 때가 되면
긴 시간으로 지치게 만든 후
한 잔 물이 아쉬울 때
한 모금의 물을 내어놓지요.
주어야 할 물은 한 양동이인데도
한 잔이 정량이라는 말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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