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300
고정현
[아산 외암 민속마을]
지난 22일(수), 아내가 가보고 싶다는 말에, 나 역시 관심 있었으므로 아산의 외암 민속마을을 다녀왔다.
민속마을, 낙안읍성의 민속마을도 가 보았고, 안동의 하회마을도 가 보았는데, 모든 민속마을은 결코 비
슷하지는 않았다.
특히 안동 하회마을은 장 정돈된 마을이며 그 시절로 보면 도시 같은 형식으로 잘 가꾸어진 마을이라면,
외암 민속마을은 시골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담하게 꾸며진 마을이었다. 길은 수레가 지나갈 정도의 넓이
였고. 승합차 정도는 다니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으며, 구불구불한 길 양옆의 돌담은 키 높이만큼이나 높
았다.
초가집들 사이로 양반 댁이 몇 채 있었으며, 마을에서 생활하는 가구들이 더 많았고, 군데군데 대문을 열
어놓고 마당에서 사과, 감, 참기름과 들기름을 파는 그런 집들도 보였는데, 일반인이 거주하는 집들은 대
문을 잠금으로 관광객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아내는 돌담 위의 호박을 보고, 골목을 돌며 고향을 그렸고. 어릴 적 고향 마을과 같다는 것으로 만족스러
워하며 즐기고, 쉬지 않고 무엇이라고 말을 하는데, 그래서 여행은 혼자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새삼 확인
하는 시간이 되어주었으니, 개인적으로 보고, 생각하고 느끼며, 글의 소재를 찾기란 불가능한 날이었기 때
문이다.
그런데 곳곳에 붙어 있는 “청국장 팝니다.”라는 안내 판, 내 눈을 이끌고 내 마음을 잡는다. 그러고 보니
청국장을 먹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머니께서 해 주시던 그 청국장. 그 쿰쿰한 냄새가
코를 찌르며 습격하듯 들어오는 그 냄새. 언젠가 아내가 만들어 보겠다고 논에서 짚을 주어다가 만들어
보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그 청국장,
그 후로 청국장 식당을 찾아보았지만, 내가 원하는 청국장을 파는 식당은 없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
는데, 그래서 청국장을 한 그릇 먹고, 맛있으면 사가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서서 “청국장 냄새는 어때요?”
하고 물으니 “냄새요?” 하며 되묻는다. 그 말인즉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몇 곳의 주인에게 물었
으나 하나같이 요즘 누가 냄새나는 청국장을 먹느냐며 되려 나를 책망하거나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눈치
를 준다.
하긴, 옛것을 지킨다고 하는 많은 것들이, 현대와 적당히 조합하면서도 옛것이라고 하는 시대에 살아가면
서, 고집스럽게 그 “시절과 똑 같은”을 고집하는 내가 무엇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청국장 만큼은 쿰쿰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그 것을 먹고 싶은 나는, 앞으로도 평생 원하는 청국장을 먹지는
못하겠지만.
혹 누가 그런 청국장 파는 곳을 알려 주신다면, 일정을 바꾸어서라도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청국장 냄새를 맡으며 한 숟가락 가득 떠서 입으로 넣으며 고향과 어머니와 부엌과 쿰쿰한 냄새를
가슴가득 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