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19
[베트남 다낭 여행: 그 준비]
나는 매년 10월 중순을 접어들면 그 때부터 다음 해 중요한 행사에 대해서 나름의 일정표를 짜곤 한다.
그것은 아주 오래 된 습관이었기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계획이 잡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정되어
있는 모임이나 행사를 표시하는 정도이지만, 그럼에도 내게는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내년 봄에 어떤 개인적인 일정을 잡아 놓는다면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그 계획을 우선
실행하기 때문에, 나의 일상에 상당한 도움과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지난 5월, 결혼 45주년이라는 말이 나오고 나서, 두 아들이 의논을 한 모양이다. 9월에 일정이 잡힌 베트남
다낭 여행을 계획해 놓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필리핀 세부를 다녀온 지 여러 해가 지났기도 했고,
국내 여행보다는 더 건강했을 때 핑계 김에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는 판단을 하고 그 때부터 조금씩 베트남
다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사이트에 드러나는 여행자들의 여행기를 많이 참고하면서, 예정되어 있는 호텔 주변을 이모저모
살펴보기도 했다. 해변까지의 거리, 무인 세탁소, 해물을 잘 하는 식당, 커피 숍, 그리고 자유일정에 다녀 보고
싶은 베트남의 전통 시장, 그런저런 정보들, 그리고 맛있다고 하는 음식, 비용, 등등을 정리해서 따로 저장한
것이다.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이라고 묻는다면 나는 전통 시장과 서민들의 생활공간, 그리고 그들의 삶의
모습이다. 그것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해외 관광지의 유명한 곳은 이미 인터넷에도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제 그곳에 다시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가 보고 싶은 곳이 바로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하긴, 국내 여행을 해도 그랬다. 우선 그 지역의 시장이나 평범한 식당을 둘러보기를 좋아하는 성향이고 보니,
해외여행도 그렇게 계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에도 나는 개인적인 시간에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들여다 볼 것이다. 서민들의 음식, 그리고 그들이 즐기는
대중적인 술, 그런 것들을 경험해 볼 생각이다. 누군가 다낭을 다녀온 지인의 말로는 “열대 지역의 술은 그다지
권할 만 하지 않다.”고 했지만, 그 말은 내가 베트남 특산 주를 사오겠다는 말끝에 한 말이지만, 그럼에도 그들
이 즐기는 술은 있지 않을까?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지, 그 품목을 적어본다. 속옷 3벌. 반바지, 바지, 티, 우산, 선그라스. 등등, 그 중에서
나는 개인적인 칫솔, 치약, 면도기, 스킨, 로션은 챙기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추석에 다니러 온 작은 아들에게
부탁해서 스마트폰에 번역기를 받아 놓았다. 그러면 한결 여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비용, 우선 아들들이 여행사의 비용을 부담하고, 용돈으로 500불을 준비해 준다. 그러면서 하는 말, “그 돈도
다 쓰지 못할 거예요.” 나보다 먼저 가족을 데리고 베트남을 다녀온 큰 아들이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한 참 동안
음식과 다른 여러 가지 정보들을 알려주면서 자신이 쓴 영수증도 보여주는데, 아들의 말처럼 특별한 무엇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그 정도의 비용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그래서 100불은 비상금으로, 400불을 용돈으로 쓸
계획을 세운다.
아! 그러고 보니 아들이 베트남에서 사용하고 남은 베트남 현금도 건네준다. 그 돈이면 하루의 식사비를 걱정
하지 않을 정도의 돈이다.
5만동이 우리 돈으로 2 500원, 계산하기 쉽게, 베트남 돈의 끝자리 0을 하나 빼고, 그 나머지를 반으로 나누면
우리나라 돈의 가치란다. 맥주 값도 천 원 정도면 충분하고, 담배 가격도 많이 싸다고 내게 필요한 정보를 전해
주는데, 내 생각은 우선 부딪쳐 볼 일이라는 것이다.
기대를 가득 품고서...... 2019년 9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