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23
[베트남 여행기 - 먹는 다는 것]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그것을 증명하는 것 중 하나가 먹는 행위일 것이다. ‘삼일 굶으면
도둑 안 될 사람이 없다.’는 말처럼 먹는 다는 것은 생명 유지의 필수 조건이기에 무엇을 먹느냐?
또는 어떻게 먹느냐? 의 문제 전에 어떤 것으로든 배를 채우는 행위가 있어야 살아 있다는 것,
또는 살아간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밤 비행기, 기내식을 준다. 내용물을 보니 떡가래처럼 뽑아낸 지름 3센티, 길이 5센티 정도의 밥 2덩어리,
오이장아찌, 닭 가슴살 등으로 구성된 간단한 요깃거리였다. 하긴 이미 저녁을 먹고 비행기를 탔으니,
하지만 나는 잠을 청하기 위해 클라우드 캔 맥주와 시바스리갈 미니어쳐를 주문해서 폭탄주로......
우리나라의 시간보다 두 시간이 빠른 베트남, 도착하니 밤 11시 30분, 호텔에 들어가니 12시, 어쨌든 이
면에서는 먹는 것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한다.
아침, 호텔의 식단은 다양하다기 보다는 적당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과일 종류, 빵 종류, 그리고 몇
가지의 밥, 음료, 뭐 대부분 상상할 수 있는 식단인데, 대체적으로 마음 놓고 먹을 만한 것은 빵과 오렌지 쥬스,
정도였다. 아! 김치가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아내는 힘들게 먹는다. 나는 대체적으로 적응하는 몸이라서
그런지.....
저녁, 옆 방 젊은 부부와 호텔 주변의 해물 전문식당으로 가서 몇 가지 음식을 시켰다. 물론 참 이슬도....
그러고 보니 호텔 방에도 참 이슬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이 음식은 정말 먹기 힘들었다. 웬 향료를 그리 많이
쓰는지. 가격은 물론 우리나라보다 쌌지만, 거의 남겨두고 나왔다.
한국식 음식도 두 번 먹었는데, 국내의 음식보다는 다른 맛이었지만, 대체적으로 먹을 만 했고. 현지 음식도
먹는 사람이 까탈스럽지 않다면 괜찮은 편이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하긴 관광지마다 한국인
들을 태운 버스가 가득했고, 부딪치는 사람은 한국인이었으니, 만일 다낭도 한국인 관광객이 발을 끊으면
그들도 어려움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맛있게 먹었다는 느낌은 없다. 그저 그 지역 음식 맛을 본다는 정도라고 할까? 싶다.
늦은 저녁 출출한 배를 채우려고 가까운 마트에 갔는데 한국 제품이 가득하다. 눈에 띈 신라면, 라거 맥주 2캔,
박카스, 그리고 국순당 쌀 막걸리. 얼마나 반가운지, 가격도 만 원이 조금 넘는 정도. 기분 좋게 사들었다. 캔
맥주는 미케 비치에서 마셨는데, 이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쓰게 될 것이다. 아주 즐거운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숙소로 돌아와서 신 라면에 물을 붓고 기다리며 쌀 막걸리를 땄다. 잠시 라면이 익는 동안의 기다림,
그것은 호기심과 기대치를 한껏 부풀린 시간이었는데, 라면 뚜껑을 열자 훅! 올라오는 향, 막걸리를 따서
잔에 부으며 맡는 냄새. 잠시 후회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맛이 분명 다르다. 국내에서 먹는 맛을 기대한 나의 실수, 하긴 여행을 하면서 이미 경험했던 현지식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름은 같았지만 그 맛은 현지인들에게 어울리도록 만든 제품들, 그러고 보니 여러 가지
과자류도 보았는데, 그 맛도 그렇겠지,
막걸리는 반도 채 마시지 못하고 포기했고, 라면은 그런대로 먹을 수 있었다. 박카스 맛도,
그럼에도 먹는 것에 대해 가장 어려웠던 것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행위가 블랙 커피를
머그잔으로 한 잔 마시는 습관 때문이었다. 호텔에 준비된 커피는 믹스커피, 맛도 단맛이 강했고,
일어나서 주변을 돌아보지만 그 시간에 열려있는 커피숍은 없었다.
결국 식사를 하러 가서 마시는 커피, 그들의 커피 잔은 왜 그리도 작은지......
앞으로 해외여행을 나가게 되면, 커피만큼은 내 입에 맞는 것을 챙겨 가야겠다는 결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