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25
[베트남 여행기 - 베트남 담배]
저녁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박 나래의 공연(?)을 늦게까지 본 탓인지, 출출했다.
아! 박 나래씨를 개그 인이라고 만 생각하고 있었던 나의 실수는 그녀가 클럽의 Dj로서의 재능이 있다는
것을 통해 확인 했는데, 한 시간 동안 온 힘을 다해 진행하는 그녀의 모습, 작지만 당차게 보였다.
이 행사는 여행사에서 주관한 행사 특별 프로그램이었다.
일찍 잠이든 아내를 두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마켓에서 내 글 23회에서 쓴 것처럼 캔 맥주 등을 사서 들고
멀지 않은 ‘미케 비치’로 갔다. 바다를 보며 앉아 캔을 하나 따서 마신다.
시원하게 가슴을 쓸어주는 그 맛은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와 함께 나를 시원하게 해 준다.
잠시 그렇게 있는데, 내가 앉은 바로 옆에 젊은 연인 한 쌍이 앉는다.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울리고 있었는데, 아마 연인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내 옆에 앉은 남자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는데, 호기심이 발동했다.
‘베트남 담배의 맛은?’ 그래서 내가 내 담배를 한 가피 꺼내어 그에게 보여주며 한 가피 바꿔 피우자고
손짓을 했는데 그는 내가 불이 필요한 줄 알았는지 라이터를 꺼낸다. 내가 손을 흔들며 ‘당신의 담배와 내
담배를 바꾸자.’고 몸짓을 하니 그제야 웃으며 건네는데 자신이 피우던 담배를 건네주는 것이었다.
나는 웃으며 내 담배 한 가피를 주니 그도 불을 붙인다.
맛이 부드럽고 피우기가 좋다. 내가 피우는 담배보다 더 내 입에 맞는 맛이었다. 내가 담배를 피우는 동안
그는 일어나 자기의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더니 무엇이라 말을 하고, 그들의 웃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린다.
아마 한국 담배와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신기하다!’고 했을 것이다.
그가 피우는 담배 갑이 여자에게 있기에 폰으로 담배를 찍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내 곁을 떠나며 손을
흔들고 웃는다. 나도 손을 흔들며 웃어 주었다. ‘이 담배를 사야지’ 속으로 결정을 하면서.....
다음 날, 일행이 어울린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했다. 가이드에게 물으니 한 보루에 만 원 정도 할 것이라고
한다. 만 원, 무척 싸다. 그런데 내 이야기를 들은 일행 중 한 분이 “내가 사드릴게요.”하는 데 보니,
어제 목감기로 고생한 분의 일행이었다. 아마 내가 한 행동에 감사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며 계산해보니, 이거 ‘엄청 남는 장사?’ 하하하
내가 사다준 약값에 비해 열 배 정도의 차이가 나는 금액, 갑자기 횡재했다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횡재보다 나의 행동을 고맙게 여기는 그 분의 말이 나를 더욱 즐겁게 해 준다.
사람이 사람을 돕는다는 것, 행복은 그렇게 우리 곁에 있는 것일게다. 하루가 즐겁게 흐르고 있다.
공항. 출국 수속을 마치고 대기실에 들어 갈 때까지 담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니, 면세점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낸 것이다. 혼자 계산하기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일행들의 몫까지 사면 꽤 여러 보루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이것은 분명 내 계산의 착오였다.
약속한 분이 담배를 사러 가자고 한다. 함께 담배판매점으로 갔는데, 이런! 베트남 담배는 팔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러니 차마 우리나라 담배를 사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 그 분은 분명 만원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니,
삼 만원이 넘는 우리나라 담배를 사달랄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그분은 그런 내 속내를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분이 담배를 사러 가자는 그 말에 이미 나는 그 이상의 대가를 받고 있었다.
곧 그분이 건네주는 마음이다. 나는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이 즐거운 대가를 받은 것이다.
그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면서... 아니, 일행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