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28
[베트남 여행기 - 그들은 2]
베트남 인구가 1억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물론 땅의 크기가 우리나라 보다 월등하지만, 그리고 베트남은
젊은이들이 많고 그들의 미래에 대한 꿈은 작지 않다고 한다. 하긴 젊은이들의 수가 눈에 뜨이도록 적어지는,
그리고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듣기 힘들어 지는 우리나라를 비교할 수 없지만 말이다.
오토바이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오천 만대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노인과 어린이를 제외하면 인구 일 인당
한 대씩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인데, 특히 베트남은 음주단속이 없으나 헬멧 착용에 대한 단속은 엄격하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가정에는 가족 수에 맞게 헬멧을 두고 있다는데, 여행 중 일가족 네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것을 보았다. 앞에는 작은 아이, 그리고 아빠는 운전, 그 뒤에 큰 아이와 마지막으로 부인이 타고,
그런데 그런 일은 보통이라고 한다. 다섯 가족도 함께 타고 다닌다고 하니, 그러니 오토바이 탑승인원 제한이
없다는 말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가족이 천막 같은 우이 하나를 함께 뒤집어쓰고, 운전자의 눈만 내놓고 다닌다고도 하니,
오토바이 천국인 것은 맞다. 들은 말로는 하노이는 오토바이 때문에 보행이 불편하기도 하다는 말도 있고,
우리나라의 남자는 평생 세 번 우는데, 태어났을 때와 부모 상, 그리고 나라를 빼앗겼을 때라고 하는데,
그들은 태어났을 때와 오토바이를 구입했을 때, 그리고 오토바이를 잃어버렸을 때라고 하고, 청년이
오토바이가 없으면 애인도 만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생활에 오토바이는 꼭 필요한 생필품과
같은 것이리라.
다낭의 도로에서 신호등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모든 운행하는 것들이 정차하는 모습도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물 흐르듯 운행을 한다. 자세히 보면 그들의 운행은 주변의 환경에 따라 적당한 속도로 운행하기
때문인데, 상대의 운행 속도를 적절하게 맞추어 다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도로를 건너면 그 사람의 걸음
속도를 판단해서 앞으로 또는 뒤로 가야할 것을 계산하고 다니기 때문에 운행 중 선다는 것을 보기가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의 차량과 오토바이 운행을 보면서 다르게 느낀 것은 경적이었다. 그들은 수시로 경적을 울려댄다.
서로가 내는 경적에 귀가 먹먹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차량들의 경적과 다른
것은,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야! 비켜!” “빨리 안가!” “죽으려고 환장했나?” 같은 의미라면 그들의 경적은
“나 여기 있어!” “내가 지금 이리로 가고 있어” 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즉 우리는 경고의 의미이고 그들은 정보제공의 의미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신호등이 없고,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무시하며 아무렇게나 횡단을 하고, 교통경찰이 잘
보이지 않는 그런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교통 상황은 우리처럼 막히거나 병목현상이 일어나거나 작은
접촉 사고나, 폭력운전, 위협운전, 과속, 신호위반을 하는 경우가 별로 없을 것이다. 물 흐르듯, 삶이 그래야
하는데,
티끌로를 운전하는 분들도 그랬다. 한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는 자전거, 관광지의 관광객들이 어지럽게 길을
걷고 있어도, 그들은 입으로 삐삣, 추츄! 하다가 그래도 보행자가 비켜주지 않으면 야얏, 야야얏, 조금 큰
소리로 말하면서 사이사이를 비켜 운행하는데, 결코 세우지는 않았다. 다만 속도 조절은 있었는데, 나만
그렇게 탔다고 느끼는 것인지,
그러고 보니 그들의 모습에서 부지런이라거나 열심히 라거나, 바쁘다, 라는 것을 보지 못했다.
중국은 만만디라고 하는데, 그들은 그런 일상을 무엇이라고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