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35
[이사를 하게 되면서 3]
아내의 마음이 조급해 지는 모양이다. 이것저것 생각도 많아지고, 계산도 많아진다. 내려가서 어떻게 살 것인가
를 궁리하고, 벌써 조치원을 몇 번 다녀왔다. 아들은 여기저기 리모델링 공사 할 것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우리는 이삿짐센터를 알아본다.
주택공사에 이사한다는 말을 하니, 이사할 곳의 아파트 계약서와 이삿짐 회사의 계약서 그리고 통장 사본을
제출하란다. 그것을 확인해야 이사하는 것이 증명된다는 이유였다. 나는 인터넷으로 이삿짐 회사를 몇 곳
확인하고 전화를 했다. 적어도 서너 군데의 견적을 받아보라는 말 때문이다.
처음 온 사람은 우리 부부를 늙었다고 판단했는지 어림없는 가격을 부른다. 그것 참! 아니 어쩌면 그만큼의
대가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음 사람은 조금 적은 가격,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은 더 적은 가격,
그렇게 한 것이 160만원이다. 6톤 분량의 짐이라는 것이다.
아들에게 말하니 기다려 보란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곳의 직원을 보냈다. 그가 와서 살펴보더니 짐의 양은
6톤 정도. 사다리차의 비용도 적정가격인지, 같은 가격을 말하고, 아들의 면을 보아서 140만원을 부른다.
그러고 보니 처음 부른 가격에서 50만원이 적은 금액이다. 아내는 그만큼 지출이 줄었다고, 그 돈으로 지난
번 갔던 남해를 다시 다녀오고 싶다고 한다.
아들은 리모델링 견적을 받기 위해 몇 곳에 알아보고 사람을 부른다. 내부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들의 말. “이제 오래 살 곳이니 새집처럼 꾸며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는 아들의 주머니를 생각하면서
가능하면 사용할 만한 것은 그대로 쓰자고, 특히 주방 같은 경우에 그대로 써도 된다고 말하지만 아들의
생각은 완고하다.
도배, 바닥, 주방, 그리고 화장실은 전부 드러내고 새로 설치하고, 베란다의 바닥, 전기, 수도, 등등, 그렇게
견적을 받아보니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같은 제품으로 같은 방식의 공사인데도 그렇다. 하지만 아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에게 받는 견적은 나름 확인하기 위한 것일 뿐, 그들에게 맡기려고 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11월 1일, 아파트 잔금을 치르는 날, 우리 부부는 조치원으로 갔다. 잔금을 치르고 나니 등기는 10여일 후에
나온다고 한다. 그 날, 아들은 다른 업자를 불렀다. 그 업자는 아들의 학원 시설 확장을 위해 층 마다 시설을
해준 업자라고 했다. 아들의 학원을 처음 60평(5층) 시설을 할 때부터 두 번째(4층)공사와 세 번째(6층) 공사
까지를 했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곧 아들은 이 업자를 염두에 두고 다른 업자에게 견적을
받아 본 것이었던 것이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처음 부동산에서는 이정도 금액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 곱절의 비용이 될 것
같았다. 하긴 내부를 다 뜯어내고 새로 꾸미려니 그만한 비용은 들 것이라고 한다. 거기에다가 다른 비용도
필요하다. 아들은 이사를 하면 오산에서 사용하던 대부분의 물건들을 교체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아내와 내 침대를 바꾸겠다고 한다. 하긴 안방의 침대와 서재에서 내가 쓰는 침대는 벌써 9년이나 된
침대이니, 낡기도 낡았다. 두 침대가 더블침대라서 방을 차지하는 면도 많다. 특히 내 서재의 침대는 커서
서재를 마음껏 쓰기에 불편할 정도인데, 그것을 조금 넓은 싱글 침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거실의 소파도
바꾸자고 한다.
이제부터 짐을 줄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오래 두면서 쓰지 않은 것들을 우선 버릴 생각이다. 그런 것들은
가지고 가도 쓸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긴 집이 이곳보다 조금 좁아지니 짐을 줄일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이사 날을 20일로 정했다. 공사 일정이 약 10일 정도라고 하니 조금의 여유를 잡아서 결정한 것이다.
글을 쓰거나 올리는 것이 게으르게 생겼다. 이사를 하고, 정리가 되고나서야 새로운 기분으로 글을 쓰고
올리게 되겠지. 그때까지는 문학의 활동이 주춤거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