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39
[일본 여행 첫 날 저녁]
아내를 쉬라하고 호텔 밖으로 나와 주변을 돌아보았다. 후쿠오카. 규슈 지방의 중심 도시인데도 많이 어둡다.
사람의 통행이 거의 없이 썰렁하고 조금은 으스스하게 느껴지는 도시이다. 하카타 역이 가까이 있다는데,
(물론 다음 날 하카다 역에 들렀다. 숙소에서 5분 거리였다.) 가이드 말이 기억난다. 일본의 전력 절약 정책
때문이라는 것, 하긴 내가 어릴 적 우리나라도 그랬었다. 110볼트의 전력과 전기를 아끼는 것이 경제 발전
에 필요하다고 했던 그 시절 말이다.
도로는 사차선 도로이다. 시내 중심도로인데 그랬다. 우리나라 같으면 적어도 8차선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그들의 교통 방식은 우리와 반대이다. 그것 때문에 잠시 혼돈을
느꼈고, 해외에서의 렌트를 생각하고 있지만 결코 일본에서는 렌트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분명 내게는
사고내기에 딱 맞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차량들이 줄지어 운행하는데, 그들은 경적을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다낭은 경적 소리에
짜증이 날 정도였고, 그들의 경적은 ‘나 여기 있다.’라는 신호라는 것인데, 일본은 그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신호에 따라 조용히 자기의 길을 갈 뿐이다. 들은 말로는 일본은 과속에 걸리면 그 벌칙에 관한 내용이 크기
때문이고, 특히 음주에 걸리면 대책 없다, 고 하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고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제일 먼저 눈에 뜨인 것은 역시 일본 글, 도무지 알 수 없는
내용들, 그러나 그 중에도 반가운 것이 보였는데, 바로 커피 자동 판매기였다. 우리나라 편의점에도 있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내려 받을 수 있는 기계 말이다. 커피는 그래도 캔 보다는 내려 마시는 것이 좋은
것이고,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커피였기 때문이다.
매장을 한 바퀴 돌면서 우리나라의 매장 진열 방식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편의점의
시작이 일본이었던가? 술을 찾았다. 소주처럼 보이는 것은 그들의 술인 청주일 것이다. 몇 병을 꺼내 보면서
다른 것을 알 수 없으니 알콜 함량부터 찾아본다. 그리고 우리의 소주 도수와 가장 가깝다고 판단한 14도짜
리 술 한 병과 국내에서 눈에 익었던 캔 맥주 하나를 집어 들고, 안주를 고른다. 역시 제일 편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징어와 육포, 하나씩 들고 계산대에 올려놓는다.
오래 전 필리핀에 갔을 때는 계산 때문에 힘들었었다. 그 때는 손에 금액이 큰돈을 들고 보여주면 주인이
받고 잔돈을 거슬러 주곤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바코드가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 그러나 그다지 큰 부담이 없는 가격대이다. 환율 차이가 주는 비쌈이라는 생각이다.
술을 마셔본다. 조금 약하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마실 만 했다. 그런데 안주가 문제였다. 역시 짰다. 안주가
술 맛을 버려버렸다.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는 일, 그렇게 술을 다 마신 후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간다. 눈에
뜨이는 욕조, 아마 욕조에 들어가서 무릎을 접고 앉으면 될 정도로 작은 욕조였다. 욕조와 변기 사이에 커튼
이 있다. 욕조에 들어서니 몸을 돌리기가 불편할 정도이다. 그렇다고 씻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정도껏 씻고
나온다.
내일의 자유 일정을 다시 살펴본다. 모모치 해변, 후쿠오카 전망대. 하카타 역, 나카타 포장마차거리, 커넬
시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