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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40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0.01.13|조회수12 목록 댓글 0

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40

 

[일본 여행 둘 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선다.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만나는 첫 아침이다. 어제 저녁에 돌아본 골목들을

다시 돌아본다. 이른 시간인지 거리는 지나다니는 차량들의 모습과 간간히 지나치는 사람들뿐이다.

바람이 조금 불어 쌀쌀하지만 춥지 않은 날씨였다.

 

골목을 한 바퀴 돈 후, 폰을 열어 오늘의 일정을 다시 살펴보고 동선을 그려본다. 숙소 앞에서 305번 버스를

타면 후쿠오카 전망대로 갈 수 있다. 요금은 240, 우리 돈으로 2천오백 원 정도이다. 호텔 앞에 있는 편의

점으로 간다. 그리고 아메리카노를 한 잔 내리기 위해 손짓으로 표현을 해 보지만 점원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

  

폰을 열어 번역기에 대고 커피, 아메리카노!”라고 말한 후 번역되는 글과 음성을 그에게 보이고 들려주면서

손으로 가리키니 그제야 웃으며 !” 한다. 일회용 컵을 하나 꺼내준다. 커피를 내리는 방법은 우리나라와

같았다. 맛은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아침에 블랙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누려본다.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는데 학생들이 지나간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데 아마 가까운 곳에 여자 고등학교가

있는 모양이다. 교복을 입었는데 그 교복을 보면서 잠시 생각해 본다. 그 학생들의 교복은 우리나라의 여학

생들이 입는 교복과는 분명 다르다. 무릎을 가리는 치마 길이, 엉덩이가 느껴지지 않는 넉넉한 치마. 화장기

없는 얼굴, 아직도 교권이 살아있다는 말을 들었다. 학습권과 교권이 조화를 이루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

본다.

 

객실로 올라가 씻는다. 칫솔이 뻑뻑하다. 이를 닦는 다는 느낌보다는 문지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면도를 한다. 날이 조금 무디다. 살살 하느라 했지만 약간의 상처를 입는다. 내일 부터는 가지고 온 면도기를

쓸 것이라고 결심을 한다. 다행히 나는 여행을 할 때마다 기본적인 것들은 늘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칫솔이

나 면도기가 맞지 않는다 싶으면 내 것을 쓰고 있다.

 

식사, 역시 그들의 삶이 보인다. 뷔페식이지만 그렇게 다양한 음식이 진열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동남아

의 다른 나라들 보다는 고수를 쓰지 않아서 그런지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하긴 나는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음식을 맛으로 보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먹는 편인데, 아내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국내에서도 음식

에 대해서 예민한 사람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하긴 아내와의 여행 중 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음식이다. 국내 여행에서도 입에 맞지 않으면, 아니 속

에서 받지 않는다고 말을 하지만, 수저를 놓곤 하기 때문인데, 그래도 지난 다낭 여행에서는 거의 먹지 못한

사람이 이곳에서는 어느 정도 입에 맞는지 먹는다. 그렇다고 표정이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말이다.

 

식사를 하고 객실로 올라와 짐을 가지런하게 정리한다. 이곳에는 팁 문화가 없다니 그것은 마음에 든다.

지도를 펼쳐본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정보가 부족하다. 아내와 로비로 내려와서 직원에게 물었다. 물론 번역

기를 사용하면서이다. 일본인들의 친절은 듣던 대로였다. 물론 손님이니 친절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말이다.

   

아내와 버스 정거장으로 갔다. 305번을 기다리는데, 다른 버스도 가는 것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버스 안의 안내판에는 한글로 정거장을 알려준다는 말에 안심을 하면서, 다른 버스를

탈 과감한 용기는 내게 없었다. 그들의 버스는 중간으로 타면서 카드를 찍거나 표를 뽑는 방식이다. 내릴 때,

앞으로 내리면서 계산하면 된다고 한다.

 

버스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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