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42
[일본 여행 둘째 날 3]
하카타 역에서 내렸다. 그리고 역사로 들어갔는데, 역시 일본 교통 중심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니
일본 교통 중심지는 과장된 표현이고, 큐수 지방에서는 그럴 것이다. 화려하고 깨끗한 내부가 눈길을 끈다.
인터넷에서 알게 된 지하층에 곱창과 부채 살을 먹을 수 있는 텐진 호르몬이라는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할
생각을 하며 일층을 돌아보는데, 눈에 뜨인 회전식 생선 초밥 집. 하지만 점심을 먹을 수 없었다. 아내가
먹은 아침 식사 때문에 속이 불편해서 생각 없다는 것이다. 차마 혼자 먹을 수는 없는 것,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돌아온 아내는 쉬고 싶단다. 잠이 드는 아내를 두고 나는 다시 하카타 역으로 간다. 점심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텐진 호르몬을 생각했지만, 혼자 먹기는 그렇고, 보아둔 초밥 집으로 들어선다. 일본의 음식
점의 특색 중 하나는 손님이 들어서면 모든 직원들이 한 목소리로 환영해 준다는 것이다.
회전초밥의 가격이 생각보다 높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접시대로 먹고 계산해야 할까? 했는데,
마침 곁의 손님이 모듬 초밥을 먹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리켰다. 직원이 고개를 끄떡
인다. 눈앞에서 순식간에 초밥이 만들어진다. 그 동안 나는 술 한 병을 냉장고에서 꺼낸다. 직원이 그런 나를
보고 웃는다, 그런 손님이 생소해 보였을 것이다. 나오면서 계산을 하나 2천 엔이 조금 넘는 금액, 천 엔 두
장을 건네주고, 주머니 동전을 다 꺼내 보여주니 알아서 찾아내어 내 앞에서 확인을 시켜준다.
숙소로 돌아오니 오후 3시 정도, 나도 낮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일어난 시간이 4시 경, 아내와 나는 니카스
포장마차거리를 가기 위해 나오면서 호텔 직원에게 길을 물었다. 지도상으로나 인터넷에서 찾아본 정보로
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문제는 길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 그런데 이게 웬 횡제, 한국 직원을
만난 것이다. 그가 설명을 자세하게 해 주면서 그 지역 지도를 한 장 준다. 그래서 먼저 들른 곳이 커넬시티,
종합 백화점이라고 보면 되는 곳인데,
5시쯤 도착하니 지하 광장에서 분수 쇼를 한다. 오 분 정도는 했을 것이다. 그리고 니카스 포장마차 거리를
찾아가려고 나오다가 젊은이를 만났다. 그에게 번역기를 들이밀며 니카스 라고 말하는데, 젊은이가 한국말
로 설명을 해 준다. 그도 역시 여행을 온 것이다. 하지만 청년의 설명 때문에 우리는 십여 분 헛걸음을 해야
만 했다. 내가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지만.
젊은이의 설명과 나의 판단은 T map을 켜면서 더욱 혼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커넬시티 바로 앞에 있는 것
이 나카스 강이라고 생각한 나는 맵이 이끄는 데로 가다가 전혀 아니라는 판단을 했고. 걸음은 더욱 시내 쪽
으로 이끌어 간다. 맵은 2분 거리라고 알려주고, 길은 시내 쪽으로 가게 되고, 눈앞의 강은 점점 멀어지고,
결국 지나가는 남자를 붙들고 번역기를 보여준다. 그가 무엇이라 말을 하는데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나의
표정, 남자는 나를 이끌고 직접 앞서서 간다. 얼마나 고맙고 미안한지....
조금 가다가 번역기에 말을 했다. 길을 알려주면 찾아가겠다고. 남자가 손짓으로 알려주는 데로 갔더니,
글쎄 바로 길을 건너 좌측으로 가면 되는 곳이었는데, 그러니까 커넬시티에서 나와 반대편으로 몇 걸음
가서 다리를 건너면 니카스 포장마차 거리인 것을 돌았던 것이다.
비쌌다. 정말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이 든다. 라멘과 어묵 두 가지에 소주(보리소주인데, 얼음을 채운 잔
(음료수 잔 정도의 크기) 소주를 판다. 거기에 맥주 두 병, 가격이 4천 엔이 넘는다. 우리 돈으로 4만원이
넘는, 하! 이럴 수가, 속았다는 기분에 숙소로 돌아오다가 호텔 옆 주점으로 들어가 닭튀김에 한 잔 더 하고,
그렇게 두 째날 자유 여행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