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44
[일본 여행 마지막 날]
마지막 날 아침, 우리는 서둘러 길을 나섰다. 처음 찾아간 곳은 일본식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히타마메다마치’라는 마을이었다. 우리로 말하자면 한옥마을이라고 하면 될 것인데, 실상 돌아보면서
그다지 감흥을 얻지는 못했다. 건물 구조가 딱히 새롭거나 예스럽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곳을 떠나 다음 행선지는 ‘다자이 후텐만구’라는 곳이었는데, 불교식이지만 불교가 아닌, 말하자면
그들의 종교의 다양성이라고 할까? 하는 종교 시설이었다. 처음 대하는 그런 모습이 조금은 흥미롭기는
했지만 다른 면에서는 위대한 사람을 신격화 시켜 모시는 것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어쩌면 일본인들에
게는 종교성이 다양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하긴 우리나라도 그런 면이 없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 우리가 간 곳은 면세점인데, 딱 한 번 쇼핑 시간을 준 것이다. 물론 쇼핑이나, 식당 그리고 숙소와
여행사나 인솔자 쪽과는 이면 계약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관광버스를 타고 관광지에 가면 기사가 안내
하는 식당 같은 곳에서 기사에게 얼마간의 인사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칼을 사고 싶었다. 주방에서 쓰는 칼이 잘 들지 않아서 아내가 힘들어 하고 있었고,
내가 갈아준다고 해도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세라믹 칼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칼 하나가 우리 돈으로 오 만 원정도. 포기하고, 일본 빵을 선물용으로 하나 구입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말았다. 문득 생각나는 사람에게 보내고 싶어서였다.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일본식 전통 우동이라기보다는 하얀 짬뽕 같은 음식이었는데, 삼각 밥 한 개와 단무지
아주 작은 두 쪽, 그리고 짬뽕이었기에 처음 보면서 난감하게 여겼다. 무엇으로 먹으라는 것인지, 그러나
먹으면서 그들의 음식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밥은 간이 되어 있었고, 짬뽕에 넣은 야채들이 충분하게 반찬 역할을 한 것이다. 말했던 것처럼 일본 음식이
우리보다 짰기 때문에, 다른 반찬이 없어도 먹는 데는 불편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음식을 나눌 때
가장 안에 앉은 손님부터 주는 것이 보통인데,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준 것이다. 나는
가장 늦게 들어가서 입구에 앉았다가 가장 빨리 음식을 받아먹게 된 것이다.
식사 후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커넬시티를 갔다. 공항과 오 분 거리이니 그곳에서 출국 시간까지의 시간
을 보내는 것이다. 이미 다녀갔던 곳이기에 흥미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역시 쇼핑몰로서는 부족함이 없는
시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모습을 갖춘 쇼핑몰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출국 심사 같은 것들이야 다들 잘 알고 계신 방식이고, 공항 면세점의 물건들도 흥미가 없었다. 그것은 이미
우리나라의 환경이 그들의 환경과 별로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차라리 우리보다 후진국이라는 곳에
는 흥미로운 볼거리라도 있었지만, 거의 대등한 수준의 환경이라서 그런지,
입국 후 우선 전철로 서울 역으로, 그리고 서울 역에서 시간을 기다리면서 먹은 저녁, 10시 55분 기차를
타고 조치원에 오니 12시 30분, 집에 들어가니 거의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일본 여행의 결론은 다음
글에서 올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