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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49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0.01.30|조회수9 목록 댓글 0

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49

 

[조치원에 살면서]

조치원으로 이사 온 지 벌써 두 달이 지나고 있다. 그 동안 조치원을 돌아보면서 느낀 것을 적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여, 이렇게 글을 써본다.

 

이사 온 후 삼일 정도는 짐 정리하고 익숙하게 하는 데 시간을 보냈고, 그 후 제일 먼저 돌아 본 곳이 시장

이다. 물론 조치원 역을 중심으로 병원, 은행, 시장이 2-3분 거리에 다 있으며, 그 중심부를 지나면 아직

시골 모습이 존재하고 있는 지역이다.

 

우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지역 사람들도 대체로 친절한 편이

지만, 이곳 사람들의 친절은 내가 몸에 베여있는 친절보다는 더 강하고 더 확실한 친절이었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다른 물건을 구입해야 할 필요가 있어 물었더니, 가게에서 밖으로 나와 손으로 가리키면서 거의

지도 수준으로 알려준다.

 

은행에 관리비 자동 납부에 관해 알아보는데, 그 날 정리가 되지 않았고, 그런데 이틀 후에 전화가 왔다.

정리가 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알아보는 중이며, 정리가 되는 데로 다시 연락 주겠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런

문제는 본인이 직접 알아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그들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서 해결해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며칠 후에 정리가 되었다는 연락도 받았다.

 

그 다음에 느낀 것은 노인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나도 역시 어디를 가든지, “아버님또는 "어르신이라는

호칭을 듣고 있으니 나도 그 중의 한 명이 되었지만, 거리를 지나면서 만나는 사람들, 학생이나 젊은이들

보다는 노인들이 더 많이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은 어릴 적 연천에서 자주 만나던 어른

들의 모습이며 표정이니, 곧 지역이 노후화 된 것처럼 주민들도 그렇다는 것이다.

 

세종은 달랐다. 같은 세종 시이지만 세종시가 태어나기 전에는 연기군 조치원 읍이었고, 연기군의 중심이

었던 도시가 세종 시 덕분에(?) 군민들이 시민이 된 지역인데, 세종 시는 국가 행정 중심 도시이다 보니 젊

은이들과 학생들이 많지만 이곳은 그 때문에 더욱 노화되어 버린 지역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몸의 움직임이 불편한 어른들이 많이 보인다. 아마 노동, 특히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 나타나는 몸의

형태일 것이겠지만, 허리가 굽거나 걸음이 불편한 어른들이 많이 보인다. 장날 시장을 가 보면(시장이 꽤

크다. 오산의 오매 시장의 두 세배는 될 크기이며, 상가의 물건들의 다양함도 분명 다르다.) 젊은이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여유로움이었다. 우리 속담에 아부지, 돌 굴러가유~~”하는 말이 끝나기 전에 아버지는

돌에 치인다. 는 말이 있듯이 그들의 말이나 행동이 느리다고 하지만, 지금은 말이 느리다는 느낌은 들지

않은데, 행동은 수도권 보다는 분명 여유롭게 보인다는 것이다, 이 말은 그들이 느리다거나, 게으르다는

것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다만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 조급증을 일으킨다거나, 서두르기 보다는 천천히 확실하게, 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가다오는 행동들이었다. 대화에서도 바쁘게 하는 것 보다는 확실하게 전달하려는 모습이 느껴지는,

그래서 수도권에서는 저쪽으로 가면 되요.” 가 이곳에서는 저쪽으로 00정도 가면 00가 보이는데, 거기서

오른쪽을 보면 보여요,” 하는 식인 것이다.

 

! 사투리나 지역 방언은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조치원의 언어도 이제는 표준어를 많이 쓰고

있는데, 물론 읍내보다 시골로 들어가면 아직도 충청도 방언을 쓰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하나 더, 버스를

타보니 타는 손님이나 기사분이나. 인사를 잘 한다는 것이다. 손님이 내리면서도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제 서서히 정을 들여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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