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51
[비응 도 칼국수 집에서]
조치원에 이사 온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그 동안 나는 모임이나 행사 때문에 여러 곳을 다녔다. 대전, 서울,
대구 등, 하지만 아내는 바깥출입이 거의 없어 보인다. 필요 할 때 시장을 다녀오는 일 외에는, 그 때는 나도
동행한다. 아직 이곳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아내를 위해 동행해 주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 아내에게 바람을 쏘여주고 싶어서 아들의 차를 이용해서 군산의 비응도와 선유도를 다녀왔다.
아침에 밖으로 나가자고 하니 무척 기뻐한다. 하긴 오산에 살 때에는 서울이나 안산의 지인들에게도 다녀오
곤 했던 아내이지만 이곳에서는 아직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늘 집에서 티브이나 보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니, 옷을 입을 때부터 마음은 들떴을 것이다.
비응도에서 칼국수를 먹고 회를 뜨고, 그리고 선유도를 돌아보고 오는 일정이다. 굳이 회를 먹지 않고 떠오
는 것은 내가 즐기는 술 때문인데, 아직도 안주가 좋아 보이면 술 생각을 하는 습관 때문이고, 그럼에도 운전
을 해야 하니 술을 먹을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비응도의 칼국수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여기에서 글을 만
나게 된 것이다.
우리가 들어가서 음식을 시키니 다른 칼국수 집처럼 보리밥부터 나온다. 그리고 육수와 칼국수가 나오는데,
이런 방식은 대부분의 칼국수 집에서 하는 방식과 같은 것인데, 다른 것이 있다면 면의 폭이 다른 곳보다 넓
다는 것이다. 아마 일 센티 정도의 넓이는 될 것이다.
보리밥을 다 먹고 국수 끓여지기를 기다리는데 식당으로 한 가족이 들어온다. 젊은 아들과 부모, 그리고 초
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의 아들, 네 사람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는다. 그들을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부인
은?”이었다. 즉 삼대가 식사하러 들어온 것인데, 며느리이며 아내이며 엄마인 여자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 째부터 나의 궁상스런 생각이 내 뇌리를 드나들기 시작한다.
‘아내는 오늘 근무를 하는가?’ ‘혹 어디 아파서 함께 나오지 못한 것인가?’ 하다가 못된(!) 생각까지 든다.
‘혹 이혼?’ 아니면 ‘사별?’ 그도 아니면 ‘사고(!)로 얻은?’ 하다가 ‘이런 못된 놈’이라고 내가 나를 꾸짖는다.
별 상스러운 생각을 하다니, 그러면서 그들의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역시 어른들은 농사를 짓는 분
들인 것 같았고, 식당을 많이 다녀보지 못하셨는지, 표정이나 행동이 많이 서툴러 보인다.
아들이 왕만두를 시켰는데, 내 생각으로 왕만두란 지름이 십 센티 정도, 높이가 칠 센티 정도는 되어야 하는
데, 만두를 보니 지름이 칠 센티 정도, 높이가 오 센티 정도로 보인다. 말이 왕만두이지 그냥 만두인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만두를 포장할까 했는데, 포기하고 말았다.
아들이 만두를 하나씩 나누어 주는데 건네는 것이 아니라 툭! 던진다. 굳이 말하자면 어른에게 음식을 건네
는 자세는 아닌데, 그런 행동을 보면서 내 마음이 불편해 진다. 어른이 드시기 좋은 곳에 정성껏 건네 드리는
것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식사 후 선유도로 가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한 바퀴 걷는다. 겨울인데도 사람이 제법 많고 차도 많다. 현
수막에 만원어치 무엇이든 구입하거나 먹으면 두 시간 무료 주차권을 준다고 쓰여 있지만, 설마 주차비가?
했던 내 계산은 실수였다. 한 시간도 채 있지 않았는데 이 천원가까이 요금이 나온다. 차라리 물건을 살걸,
어쨌든, 봄, 여름, 가을에는 선유도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일단 도로 사정이 나쁘지는 않지만, 관광객이 많
을 때에는 상당히 불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느낌으로는 음식도 제법 가격이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도 있
고,
하루가 그렇게 흘렀다. 그저 아내가 바람을 쐬었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