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 수한이 죽다 3
그는 복잡한 마음을 비우기 위해 거실로 나가 티브이를 켰다. 아침 뉴스가 막 시작되었는데 메인 뉴스가
중서부 지역의 철책 안에서 일어난 목함 지뢰 사고 소식이었다. 군인들이 남방한계선 안의 지역을 순찰하
다가 목함이 터지면서 아까운 젊은 군인이 크게 다친 뉴스였다.
‘아!’
그제야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 대강 짐작이 갔다. 연천군 중면의 최전방 철책 안에서 일어난 사건, 중면은
군남면과 이어있는 면이었고 진상리에서는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그래서 상여 꿈을......’
그제야 그는 꿈을 왜 꾸었는지를 판단 할 수 있었다. 요 며칠 계속 그 사건이 주요 뉴스로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자신도 그 사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긴 집착하면 꿈에서도 나타난다고 하지 않던가?
2
목함 지뢰 사건이 난 후로 지난 몇 년간 그는 꿈을 꾸지 않았다. ‘너도 꿈을 꾸기는 한다. 다만 네가 꿈을
무시하기 때문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네 기억에서 그 꿈이 사라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럴지라도 꿈을 무시하든, 꿈을 꾸지 않는다고 고집스럽게 생각을 하든, 그는 꿈을 꾸지 않았다.
그런데
2019년 7월 중순, 더위가 기승을 부렸고 매일매일 최고 온도를 갈아치우는 날씨 속에서 잠자리를 설치며
보내던 어느 날 새벽 3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이 마르다는 생각을 하면서 냉장고에서 시원한 냉수를
꺼내 마셨고, 담배를 한 대 피우려고 베란다로 나갔으며, 다시 1번 국도를 보았고 화물차들을 보았고 고속
도로를 보았으며 그리고 들어와 잠자리에 누워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살며시 잠들었다가 5시에 일어나 ‘무슨
꿈을 꾼 것 같은데?’하면서 물을 마셨고 베란다로 나가서 담배를 피웠고 1번 국도와 고속도로를 보았고 전철
의 울림을 들었고, 다시 들어와 책상 앞에 앉아서 무슨 꿈인지를 생각하다가
‘아!’
하면서 기억 해 낸 것이 검은 연기를 토해내는 장례예식장, 아니 화장장의 모습이었다. 그가 어릴 적에는
장례식장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마을에 장례가 나면 집에서 고인을 모셨고 그래서 상갓집이라는 말
을 했었다. 성남으로 이사를 나온 청년시절에 병원에서 고인을 모시는 장소를 장례식장이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 장례식장이라는 이름이 장례예식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지금은 병원의 한 부분에 장례예식
장이 따로 관리가 되고 있으며 화장이 대세가 된 지금은 장례예식장에서 화장장으로 고인을 모시고 있으니
상갓집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없는데, 많지 않은 사람들이 검은 옷을 입고 정중하게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례예식장, 그곳에 자신의 모습도 섞여 있었던 것이다.
‘무슨 꿈을......’
그가 다시 기억한 것이 ‘꿈은 현실에서 반대로 나타난다.’는 말이었고, 다시 잠자리에 들기도 뭣한 시간이라
더워지기 전에 일찍 출근이나 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직 출근하기에 이른 시간이어서 잠시 컴퓨터를 쓰려고
전원을 넣었다.
그리고, 재경연천군 카페의 공지에 올라온 글을 보다가 벌떡 일어선다.
“이 새끼가!”
진철은 곧 석중에게 전화를 넣는다. 그리고 그는 일어나 욕실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