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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임진강 : 수한이 죽다 제4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0.02.25|조회수12 목록 댓글 0

임진강 : 수한이 죽다 제4

 

 

3

 

   석중은 마당에 서성이며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벌써 경찰에 연락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다.

119도 아직 잠잠하다. ‘곧 오겠지하며 벌써 세 대째 담배를 피워 물고 있는 것이다.

   ‘미친 녀석!’

   애꿎게 망자를 욕한다. 아니 미친 녀석이 맞는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었든지 간에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엇 그제 그가 소주 한 병을 들고 찾아왔을 때만 해도 녀석은 멀쩡했다. 가을 총동문회가 주최하는 수학여행

에도 가겠다고 했던 놈이다. 그런 녀석이 이렇게 죽었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담배를 던지고 발로 비벼 끈 후 방문을 열려다가 멈춘다. 방 안의 광경이 눈에 선하게 되살아났기 때

문이다. 그는 부엌문을 열어 본다. 녀석이 죽었다는 사실 때문일까? 부엌에서 휑한 바람이 나오는 것 같다.

렌지 위에 노란 냄비 하나 덩그러니 올려 있다. 아마 라면이나 찌개를 끓여 먹던 그릇일 것이다. 머리맡쯤 걸

려 있는 수납장, 삼년 전인지 사년 전인지 그 해 가을 전곡에서 사서 차정이 트럭에 싣고 와서 달아 준 찬장

이다. 그가 막 발을 부엌으로 드려놓으려는데 경광등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경찰차에서 나는 소리이다.

그는 몸을 돌려 대문 쪽으로 눈길을 준다. 경찰 둘이 차에서 내리더니 대문 안으로 들어 서며

   “신고하셨지요?”

   하며 석중을 바라 본다.

   “

   경찰 한 명이 그에게 질문하는 동안 다른 경찰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려다가 멈칫하더니 몸을 돌려

동료를 바라본다.

   “?”

   “우선 방부터 보시지요.”

   석중에게 무엇인가 더 물으려던 경찰이 앞서서 방 안으로 들어선다. 아마 그가 상급자인 모양이었다.

경찰은 방 안으로 들어서려다 말고 뒤에 서 있는 경찰에게 몸을 돌리며

   “우선 폰으로라도 사진을 찍어두는 것이 좋겠네,”

   하고 말하자 뒤의 경찰이 주머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 열린 문 사이부터 찍기 시작했다.

   “여러 번 찍어, 빠진 곳 없이 골고루 찍어야해.”

  경찰 한 명이 안에서 사진을 찍는 동안 다른 경찰이 석중에게 다가오더니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을 해 주시지요.”

  한다.

  “이 친구는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친구입니다.”

  석중은 경찰에게 천천히 설명을 시작한다.

 

  엊그제 수한과 함께 술을 한 잔 한 후 석중은 서울에 다녀오느라 마을을 비웠었다. 오늘 아침 그는 수한이

오늘 할 일이 없으면 함께 전곡이나 다녀오자 하려고 전화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처음에는 화장실 같나? 하고 다음에는 씻는 모양이군, 했고 다음에는 짜증이 났다. 하지만 다섯 번째 전화를

받지 않자 그제야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그렇게 전화를 받지 않은 적은 없었고, 오히려 그가 심

심해서 전화를 자주하곤 했었기 때문이다. 아니 보통 때 같으면 석중이 두어 번 전화를 한 후 다시 하지 않으

면 적어도 삼십 분 내에 전화를 하는 녀석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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