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 수한이 죽다 제5회
아침을 먹은 석중은 전곡으로 나가기 전에 수한의 집에 들러보기로 하고 천천히 그의 집으로 들어서며
“야! 아직 자냐?”
큰 소리를 지르며 방문을 활짝 열었다. 문이 열리면서 그는 진한 피비린내가 코를 자극하는 것을 느끼면서
방바닥에 옆으로 쪼그려 누워있는 수한의 모습과 입을 통해 쏟아져 나온 피가 흥건한 방바닥, 그리고 소주
두 병과 농약 병을 보았다.
갑자기 몸에서 기운이 쑥 빠진다. 그는 방문을 잡았던 손을 놓으면서 마루에 털썩 주저 않았다. ‘죽다니. 이
놈이 죽다니.’ 머리가 텅 빈 것 같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무엇인가 손을 써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도통 모르겠다.
잠시 주저앉아 있던 석중은 정신을 수습하고 일어서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경찰서,
소방서, 그리고 동문회장인 승권에게
석중의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메모를 중지하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는 사이 구급차가 집 앞 골목에 들어
섰고 아침부터 골목으로 경찰차와 구급차가 들어오는 것을 본 마을 사람들 하나 둘 그의 집 앞에 모여 웅성
거리며 안을 보려고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쯧쯔’ 하는 소리, ‘무슨 일이래?’하는 소리, ‘수한이가 죽었나?’하는 소리, ‘아이구 이걸 어째?’ 하는 소리,
온갖 소리들이 석중의 귓전에 맴돌았다.
잠시 후 방안을 살펴본 경찰과 구급대원이 밖으로 나오면서
“모두들 가세요, 길을 비켜 주세요.”
하며 손으로 마을 사람들을 제치고 구급대원은 들것을 들고 안으로 들어간다.
“저, 김석중씨는 저희와 같이 서로 가시지요. 몇 가지 질문할 사항이 있습니다. 별 것은 아니고 이런 사고가
나면 저희가 서류 상 정리를 해야 할 부분이 있어섭니다.”
한다.
“예, 그러지요.”
수한의 시신이 들것에 실려 문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곧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마을을 휘저으며 사라진다.
경찰은 문 밖에서 웅성거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한다.
“여러분들은 문 안으로 절대 들어오지 마세요. 경찰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누구라도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하더니 석중에게 가자고 눈짓을 한다. 그들이 대문 밖으로 나서자 사람들이 길을 비켜준다. 그리고 한 두 사
람씩 뿔뿔이 흩어졌다.
경찰차를 타고 전곡으로 나가면서 석중은 우선 수찬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수찬은 수한의 동
생이다.
그는 수찬의 번호를 찾아서 연결을 한다.
“수찬이냐? 나다.”
“길게 말할 수는 없고 형님이 오늘 아침에 돌아가셨다.”
“그래!”
“우선 수정이에게 네가 연락해 주고, 전곡으로 모셨으니까 그리 와라. 자세한 이야기는 오면 나누기로 하고.”
그는 전화를 끝내고 나서 머리가 복잡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른들의 장례를 모시는 것이야 일 년에도 몇
차례씩 있는 일이었고, 동문들 중에서도 기수가 높은 선배들 중에는 명을 달리한 분들이 있을 뿐 아니라 그
들의 장례에는 그들의 가족들이 모시는 것이기 때문에 그저 조기와 근조화환을 보내고 조문하면 되는 일이
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다르다.
우선 가족이라야 동생인 수찬과 수정이 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이 오려면 서둘러도 오후 늦게 오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 전에 망자를 모실 빈소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물론 장례식장은 의료원 내에 있고 망자를 의료원
에서도 잘 알고 있으니 번거로울 것은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 가족을 대신해서 일 처리를 해야 하는데 누구보
다 자신이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