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 수한이 죽다 제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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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은 식탁위에 남편과 두 아이의 밥상을 차리다가 오빠 수찬의 전화를 받았다. 처음 오빠의 전화번호를
보면서 자주 전화하지 않는 둘째 오빠의 전화가, 그것도 이른 아침에 왔다는 것에 가슴에 덜컥 내려앉기는
했지만 그래도 설마 했었다. 작은 오빠의 짧은 한 마디, ‘형이 죽었데, 전곡의료원에 모셨다는데, 나 먼저 내
려갈게 준비해서 내려와.’ 그리고 그녀가 왜? 무엇 때문에? 언제? 라고 묻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 버린 것이다.
오빠에게 질문하고 싶은 말은 입 안에서 맴돌고 있는데 그녀의 몸은 흔들린다. 그 흔들리는 몸으로 냉장고
에서 김치그릇을 꺼내고 다른 몇 가지 반찬을 꺼내 식탁위에 올려놓는다. 국을 떠 놓고 밥을 퍼야 하는데
무엇을 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기운이 쑥 빠진다. 무릎은 겨우 버티며 몸을 받쳐주고 있다. 남편이 넥타이
를 매면서 주방으로 들어오다가 아내의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며 놀란다.
“여보! 왜, 어디 아파?”
남편의 말이 그녀의 정신 줄을 잡아 주었다. 그녀는 앞치마를 벗어 의자에 걸쳐 놓으며
“여보! 당신이 애들 챙겨서 뒤에 와, 나 먼저 갈게”
허둥지둥 안방으로 들어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던 수정의 남편 상구는 의아해 하며 그녀의 뒤를 따라 안방
으로 들어서면서
“여보! 무슨 일이야? 어! 무슨 일이냐고?”
옷장을 열고 옷을 꺼내 입으려는 아내의 어깨를 뒤로 제치며 묻는데 아내의 얼굴이 온통 눈물범벅이 되어있
다. 코에서는 콧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수정은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정신이 집중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상구의 목소리가 커진다. 그때 아빠의 목소리에 놀란 아들과 딸이 방문을 열고 들어서며
“아빠! 무슨 일이야? 아침부터”
“아빠 싸우시는 거예요?”
하고 묻는다.
“오빠가! 오빠가! 큰 오빠가!”
수정의 입에서는 ‘오빠가’라는 말만 되풀이 될 뿐 정신은 옷 입는데 빠져 있다.
“당신 오빠가! 누구? 큰 형님!, 왜?”
상구의 계속된 질문에 옷을 입다 말고 수정은 방바닥에 털썩 주저 않으며
“오빠!”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울음을 터뜨린다.
그제야 상구는 큰 처남에게 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느낀다. 그는 아내에게 더 이상 질문하기를 포기하고
거실로 나와 작은 처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알았습니다. 곧 준비하고 내려가지요.”
작은 처남의 말은 간단했다. 큰 처남이 오늘 아침에 죽었다는 말 외에는 내려와서 얘기하자는 것이다.
그는 방으로 들어가 아내를 부축이고 있는 아들에게
“너희들 학교에 전화해서 큰 삼촌이 돌아가셔서 시골가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간단하게 갈아입을 옷 챙겨
라.”
하고는
“여보, 정신 차리고 준비해서 내려가자. 자세한 것은 가보면 알겠지.”
아내의 등을 두드려 주고 아내가 입으려던 옷을 들어 아내에게 입혀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