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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임진강 : 수한이 죽다 제8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0.03.05|조회수9 목록 댓글 0

임진강 : 수한이 죽다 제8

 

 

수한이가 난간에서 뛰어 내렸다. 진철도 수한의 뒤를 이어 뛰어내렸다. 그리고 물속으로 잠수한 수한의 뒤를

따르고 있는데, 수한은 여자아이들이 노는 곳으로 계속 다가간다. 여자아이들의 팬티가 보였고, 허벅지가 보

였고 발가락이 꼼지락 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수한의 행동이 빨라지더니 제일 가까운 곳에 보이

는 여자아이의 팬티를 손으로 잡아 제킨다. 여자아이들 틈에서 비병소리가 났다.

 

진철의 눈에 수한의 행동 후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여자아이의 엉덩이에 박여있는 검푸른 점이었다. 그 날

진철은 수한이와 심하게 싸웠다. 아이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둘 중에 누군가는 피를 흘렸을 것이다.

아직도 그 점이 있을까?’

진철은 경옥의 엉덩이에 있던 점을 떠올린다. 그 점이 몽고반점이라는 것은 진상리를 떠나 성남에 살면서였다.

  

! 진철이, 너 아직 맹탕이지?”

그 녀석의 허풍스러운 표정이 묘하게 그의 눈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무슨 말이야?”

뚱한 눈으로 그 녀석을 바라보자 그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사타구니 쪽으로 손을 쑥 내리면서 말했다.

나 오늘 거기 갔다 왔거든.”

그는 녀석의 거기라는 말에 묘한 느낌을 받는다. 녀석의 말이 뜻하는 곳은 그들의 은어인 바로 대대본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대본부라니! 그랬다. 당시 그 녀석이나 진철이나 겨우 고등학교를 막 들어간 시절이었

으니 나이로 친다면 16살 때였던 것이다. 물론 자신도 그곳에 대한 말을 선배들로부터 많이 들었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는 일이었지만 하필 그 녀석이 벌써 그곳을 다녀왔다는 말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 삼삼하더라.”

그는 입에 침을 튀기면서 말을 했다.

, 미쳤냐? 그러다가

진철의 말에는 그런 곳에 들어갔다가 들켜서 정학 맞는 학생들이 여럿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관계없어, 여기도 다 구멍이 있거든. 밖에서 망봐주기도 하고

녀석의 말은, 전곡에 사는 선배들과 같이 어울려 다니다가 그곳을 들어갔다는 것인데, 그 선배들이란 전곡

지역을 잡고 있는 건달들 밑에서 꼬봉 노릇하는 선배들인 것이다. 그들을 알아보는 방식은 간단했다. 우선

모자챙을 뒤로 꺾어 칼질을 한 후 꺾인 곳을 하얀 테이프로 붙이고 그 모자를 비스듬하게 쓰고 다니는 것이

었고, 교복 윗 단추는 풀었고 가방은 앞쪽이 조금 더 밑으로 쳐지도록 엇비슷하게 들고 다니며 껌을 씹곤 하

는 선배들이었다. 여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여학생들 중에 전방에서 장기 복무하는 하사관들과

인연을 맺는 학생들이 더러 있기도 했다.

 

대대본부, 전곡 읍에서는 사창가를 그렇게 불렀다. 진철은 아직까지도 왜 그렇게 불렀는지를 이해하지 못하

고 있지만 어쨌든 남자들은 사창가를 말할 때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곧 그 말은 청량리의 588이라는 말이었

고 대구의 자갈마당이라는 말이었던 것이다.

하긴 그 당시에 군인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그런 홍등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전곡 읍, 동두천,

정부, 청량리, 용산, 인천의 엘로하우스 등등, 하지만 그는 왜 그런 집장촌의 이름이 그런지는 생각해 보지 않

았다. 그저 그런 곳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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