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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임진강 : 수한이 죽다 제10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0.03.09|조회수6 목록 댓글 0

임진강 : 수한이 죽다 제10

 

 

짜배기로 보면 되잖아!”

한경이 말하는 짜배기란 경비를 보는 어른들 모르게 한쪽 천막을 들치고 들어가자는 말이다. 극장 측은 가설

극장 주변에 경비를 세웠다. 천막을 들치고 들어가는 아이들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떡하든

지 천막을 들치고 영화를 보기 위해 숨어들곤 했던 것이다.

! 짜배기로 보다가 들키면 혼나잖아

그럼, 어떻게 하자구?”

석중이가 수한을 보면서 물었다.

표를 찍으면 되잖아!”

!”

수한의 말에 일행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데

그거 내가 보니 우리가 새겨도 되겠더라.”

새긴다구?”

그래, 고무판에 새겨서 찍으면 되잖아.”

 

그들은 그 날 그렇게 고무판에 새겨서 찍은 영화표를 들고 당당히 정문으로 입장을 했고 영화를 보았다.

필름은 두 통이었고, 스크린에는 계속 비가 내렸지만 상관이 없었다.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중간에 필름 한 통이 다 상영되면 몇 분 동안 필름을 갈아 끼우느라 극장은 어두워지고, 그 때

아이들은 천막 밑을 들치고 도둑 입장을 했는데, 하긴 영화가 반 이상 상영이 되면 극장 관계자들은 아이

들이 도둑 입장을 해도 모른 척 눈을 감아 주기도 했지만, 그 날 그들은 당당한 관객으로 영화를 본 것이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경품 추첨시간, 하필 수한이 들고 있던 표의 번호가 불리고, 그 번호를 들고 있던 관

객이 표를 흔들며 앞으로 나갔고, 표를 대조해 보던 직원이 가짜 표라고 소리쳤고, 관객의 항의가 쏟아졌

, 다음 날 극장표는 고무판으로 찍은 후 사장의 붉은 도장이 찍혀있었다.

 

수한이 그 녀석, 그러고 보면 여러 잡기에 능한 놈이었는데, 그 녀석이 죽다니,’

그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천천히 전곡 장례식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건물은 현대식을 아직 만나지 못한 채, 나이깨나 들었다는 표시를 곳곳에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경옥의

장례 식 때의 모습 그대로인 장례식장을 보면서 빈소로 들어서기 전에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들어가려고 건

물 뒤편으로 돌아갔다.

! 진철이,”

귀에 익은 목소리였지만 조금은 쉰 듯 한 목소리가 그의 등을 치고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 말고 그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이제 제법 노인의 티가 몸에 붙어가는 석중이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다가 그를 보곤 담배를 주머니에 도로 넣으며 그 손을 쭉 펴서 악수할 자세를 잡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데도 기억에서 그렇게 빨리 상대를 알아 볼 수 있다

는 것이 그를 어색한 분위기가 되게 했다.

, 넌 벌써 와 있었군.”

그는 손을 펴 석중이와 악수를 한다.

일찍은, 저 새끼 죽은 거 내가 보고 신고했는데,”

죽은 거?”

그래! 아침에 저 새끼집에 갔다가, 아침에 전곡 같이 나오자고 전화를 아무리 해도 받지 않아서 혹시나

싶어 들렀다가.....”

석중이의 말 꼬리가 잦아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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