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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임진강 : 수한이 죽다 제12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0.03.13|조회수8 목록 댓글 0

임진강 : 수한이 죽다 제12

 

 

7

 

점심때가 지나자 소식을 들은 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단하게 조문을 한 후 한 자리에

모여 앉아 나름대로 그 녀석을 기억해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진철은 그들이 한 마디씩 내 놓는 추억 속에

함께 들어가 그 녀석에 대한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박수한, 그 녀석의 이름이다. 진철이 부모님을 따라 진상리로 이사 혼 후 1년쯤인가 후에 이사 온 녀석은 작

은 체구에 되바라진 성격의 소유자였다. 국민학교(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 온 녀석은 전학 온 날부터 싸움을

벌였다. 아마 나름의 기선잡기였을 것이지만 어디 다른 아이라고 그 작달막한 녀석에게 기죽을 일인가? 하지

만 수한이와 싸움을 한 녀석은 코피를 흘리며 울어야 했다. 수한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느끼자 곧 옆에 있는

돌을 들어 녀석의 콧잔등을 내리 쳤기 때문이었다.

 

저녁에 수한의 부모님은 그 녀석의 부모에게 항의를 듣고 사과를 해야 했다. 처음부터 잘 못 보여 동네 사람

들에게 미움 받으면 살아갈 날들이 아득해 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 후 한동안 수한은 학교에서나 마을에서

조용하게 지냈고 마을 아이들도 수한이를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수한이가 마을 아이들하고

어울리게 된 것은 하나의 사고 때문이었다.

 

수복지구. 진상리의 또 다른 명칭은 수복지구였다. 삼팔선이 그어진 후 남방 한계선인 철책이 세워지고 그

이남 지역에 이미 있었던 마을들을 복구하기 위해 정부는 정책적으로 이주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었다.

러니까 전쟁 전에는 북한 지역이었으나 전쟁 후에 수복한 지역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 수복지구였던 것이

. 그리고 진상리 역시 그 지역 중 한 곳이었고 진철의 부모님은 나름의 꿈을 갖고 이곳으로 이주했다. 하지

만 막대기 꽂으면 내 땅 된다는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원래 바라던 대로의 계산에는 턱도 없이 모

자란 꿈이었다는 것은 두 칸 방 초가집을 구해서 짐을 다 들여놓고 논마지기라도 금을 그어야 한다는 아버지

가 면사무소에 가서 담당직원의 설명을 듣고 나서였다.

 

이미 논다운 논이나 밭다운 밭은 주인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주가 늦었던 것인지, 아니면 전쟁 때문이 피난

갔던 원래의 주인들이 돌아왔던 것인지, 그것까지는 어린 진철이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후 며칠 동안 저녁

마다 막걸리 잔에 한숨을 말아 드시던 아버지의 표정에서 고생문이 활짝 열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어머

니께서 부엌에서 툭 하면 수건을 머리에서 벗어 눈가를 닦고 콧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있었던 것

이다.

 

그 후 아버지는 가게를 열었다. 농사는 곁들여 짓는 것으로 하고 장사를 중심으로 삶의 방법을 바꾸셨던 것

이다. 하긴 장사라 해도 막걸리와 소주 그리고 쌀과 담배 등을 파는 잡화점 비슷한 것이었고. 그런 장사란

시골에서야 일이 끝나는 저녁이나 되어야 손님이 오기 때문에 낮에는 들에 나가 일을 하셨다. 품팔이도 하

, 작은 화전 밭도 일구곤 했던 것이다.

 

그 해 여름 장마로 임진강을 가득 채웠던 물이 다 빠진 어느 날, 아이들은 방학의 일과 중 하나인 강에 가서

멱을 감기 위해 우르르 몰려 나갔다. 아이들의 헤엄이라는 것은 겨우 개구리헤엄이 중심이었지만 그 중에는

적당히 수영을 제법 하는 척 하는 아이들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놀이란 역시 물장난 치기

였음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가장 즐겨하는 물놀이는 목조 다리 난간에 올라가 물로 뛰어드는 다이빙이었고 그 날도 아이들은

누가 더 높은 난간에 올라가 다이빙을 하는지 시합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진철은 물가로 다가오

는 수한이의 모습을 보았다. 마을 아이들이 상대를 하지 않으니 혼자라도 수영을 하려고 나온 것이라고 생각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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