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54
[마스크 때문에]
우선 이 연재 글에서 이미 써 놓은 횟수가 적지 않으나, 그 글들을 뒤로 미루고 이 글부터 올리는 것을 이해
하여 주시기를 바라며, 우선 이렇게 올리는 이유는 지금, 현재 우리가 함께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말씀드리면서, 이 글을 소개한다.
나는 아직까지 마스크를 사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써 본 적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가족 중에 누군
가가 마스크가 필요해사 구입할 때 몇 개를 함께 구입하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집에 마스크가 늘 있었기 때문
이다. 물론 그 마스크들은 양말을 넣어두는 상자 제일 밑에 깔려 있거나, 수납장 안쪽에 밀려 있다가 한 겨울
어쩌다 필요하면 그제야 찾아서 쓰고, 벗으면 잊고,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마스크의 가치를 우리의 계산을 뛰어넘게 하고 말았다. 상황이 가치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이 상황
에 대한 시 ‘입 가리개’ 는 내일 소개될 것이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이런 황당한 환경을 우리가 겪고 있
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하고, 처음 코로나 소식을 들었을 때 미리 구입하지 않은 나의 미련과 게으름과 여유
부림을 후회하지만 이미 늦어 버린 것.
지 난 주 우체국으로 쫓아갔다. 하지만 이미 줄서기에 빼앗긴 기회, 사람들이 이런저런 항의를 하지만 마이
동풍, 하긴 그들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속에서 튀어나오는 여러 가지 욕설들을 꾹꾹 누르며 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어제 금요일,(13일) 내가 구입할 자격이 있는 날, 오전 8시부터 조치원 역 앞으로 나갔다. 역 앞 광장에서 보
면 시야에 들어오는 약국이 네 곳, 그리고 반경 3분 내게 갈 수 있는 약국은 대충 이십 여 곳은 되는데, 두 시
간 이상 기다려도 감감 무소식, 약사에게 물어보니 택배가 오는 시간이 판매 시간이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
오는 걸음이 매가리 없기는......
글을 올리는 몇 곳에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한 서러움을 인사글로 올렸다. 그리고, 그 글을 본 모 문학의 발행
인에게서 카톡이 왔다. 그렇지 않아도 내게 몇 권의 시집과 문학지를 보내려고 했는데, 마침 자신에게 마스
크 다섯 장의 여유가 있으니 함께 보내겠노라고, 차마 고맙게 받을 수는 없는 일. 그도 일상에서 꼭 필요한 것
이야 말할 것도 없는 것 아닌가.
마음만 받겠노라고 사양하고, 낮에 시장에 갔던 아내에게서 연락이 온다. 빨리 나오라고, 그러니까 그 시간
에 마스크가 약국에 도착한 것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 그렇게 해서 두 장을 구입하고 돌아오면서, 씁
쓸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지,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는 물론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을 만나곤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 우리는 예측할 수 없
는 상황을 만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비상시를 준비하는 것일게다. 최선과 차선을, 예산액에
예비비를, 그럼에도 코로나에 대한 예측과 예비는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정리 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특히 마스크에 관해서만은 그렇다는 말이다.
오늘, 금요일(14일) 일정이 있어 외출했다가 들어오는데 현관에 택배 상자가 놓여있다. 서재에 들여와서 상
자를 열어보니, 제일 위에 놓여있는 마스크 다섯 장, 그 밑에 그가 보내주겠다고 한 시집 몇 권과 문학지, 갑
자기 가슴이 찡해지며 콧등이 시큰거린다. 그에게 비상으로 몇 개를 남겨 두었을까?
참 기억나는 선물이 있다. 박카스 한 병을 건네주며 눈물 흘리던 야학의 학생, 시큼한 오이 속밖이를 부끄러
운 표정을 지으며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라고 식탁에 올려주던 어느 학부모, 그러고 보니 나는 이런 면에서
복이 있는 모양이다. 그저 고맙고 감사하고, 가슴이 뻐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