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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임진강 : 수한이 죽다 제27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0.04.17|조회수7 목록 댓글 0

임진강 : 수한이 죽다 제27

 

 

그래, 내가 그랬다. ! 이 자식들아 술을 먹으려면 좋게 먹고 갈 일이지, 이 새끼들이 죽을 라고,

그래! 나하고 한 판 붙자는 거냐?”

하면서 수한이가 웃옷의 단추를 풀기 시작하는데 근영이가 팔을 붙잡고 말리며

여기, 군인양반들, 그만하고 끝냅시다. 다들 술 취해서 그러는 것인데, 당신들은 얼른 귀대하시고,

우리도 간단하게 한 잔 하고 갈 테니까.”

하며 중재를 하지만 이미 술 취한 군인들의 표정은 절대로 그냥 갈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근영 일행도 자리에서 일어섰고, 여차하면 밖으로 나가 골목에서 한 판 붙을 판이 되어 가는데, 아가씨는

방 안에서 얼굴만 내밀고 상황을 주시하는 것이었고, 주인 여자는 차마 헌병대에 신고도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뜯어 말리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허둥대고 있었다.

 

수한이가 웃옷을 벗어 제쳤다. 그들이 보기에 병신에다가 조금 마른 어깨, 가슴, 그리고 허리, 군인 들 중

누구 한 사람이 주먹으로 내지르면 엎어져 일어나지도 못할 것 같은 체격인데 그 가슴 중앙에 흔들리며

매달려 있는 M-1실탄.

군인들이 수한의 몰골을 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이런 놈 때리고 영창 간다는 것이 오히려 부끄럽다고 느낄 수 있는,

그래서 차마 싸움하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 것이다.

그러는 모습에 근영 일행도 어처구니 없어할 뿐.

그래! 어디 쳐 봐라. 너희 새끼들은 전방에 근무한다고 목에 힘주고 지랄들 떠는데, ! 이 새끼들아,

너희들이 이렇게 읍내에서 술 쳐 먹고 계집 지랄 할 때 나는 내 손가락 다섯 개 하고 눈 알 하나 다낭에

묻어두고 왔다. 새끼들아!”

 

근영일행은 수한이의 말을 들으면서 어안이 벙벙해 졌다.

다낭이라니, 다낭이 어딘가? 바로 베트남 아닌가?

그렇다면 수한이의 말인즉슨 군인들이 전방에서 노닥거리는 시간에 자신은 월남에 파병 돼 전투 중에

오른 손 세 개와 왼 손 두 개, 그리고 눈 하나를 주었고 다리 한 쪽에 파편을 맞은,

그래서 상이군인이라는 말인 것이다. 그것도 월남 파병 부대원.

어안이 벙벙해 진 것은 근영이 뿐 아니었다.

한경이와 차정이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더니 곧 상황을 생각하고선 얼굴을 찡그리며 폼을 잡았다.

그것은 바로 수한이의 말을 긍정한다는 표현이었고

너희 같은 군인들은 무서울 리가 없다는 자세였던 것이다.

 

싸움은 싱겁게 끝났다.

수한이의 그 말과 그 표정과 그 모습에 군인들은 기가 죽었고,

하긴 월남에서 상이군인이 되어 돌아왔다는 데야 그들이 기죽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바로 자신들의 부대에서도 그런 선배들이 적지 않았을 테고 그런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을 테니 말이다.

 

네 사람은 배를 쥐고 웃었다. 아니 곁에 앉아있는 아가씨들도 웃었고 주인 여자도 웃었다.

하지만 수한이는 웃지 않았다. 그저 아가씨가 따라 주는 잔을 비우기만 했던 것이다.

곁에 앉은 아가씨, 그 아가씨가 바로 그 방에서 하사에게 팔려 갈 뻔 했던 아가씨인데,

그 아가씨 역시 수한이의 기분을 맞추느라고 웃지 않았다. 아니 자신을 생각하면서 슬펐을 수도 있었다.

대부분 이런 여자들은 세 번의 변화를 겪는데 첫 째가 다방이었고 그 다음이 방석집이었고

마지막이 대대본부 같은 사창굴이었던 것이니,

다방은 몸 버리는 곳이었고, 방석집은 그런대로 돈을 만지는 몸이 되었고 대대본부는 돈 보다 의무가

앞서는 곳이었기 때문에, 이런 곳에 있는 여자들 대부분은 이차를 거의 거부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수입에도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주인의 마음을 얻는데도 좋았기 때문인 것이다.

 

웃지 마! 자식들아. 너희는

수한이의 한 마디에 일행은 웃음을 그치고 말을 중단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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