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56
[제피 나물을 받으며]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반찬 종류가 있다,
그 중에는 대중적인 것도 있으며 개별적인 것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있는데 그 중에 산초를 좋아한다.
아는 것처럼 산초가루는 추어탕 같은 곳에 첨가해서 먹으면 좋은데,
나는 산초기름으로 튀기는 두부를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먹어보아서 그럴 것이다.
언젠가는 내가 산초기름을 좋아한다 했더니 누가 산초기름을 조금 보내 주었는데
그 양이 소주병으로 삼분의 일 정도 되는 것이 십만 원이라고 한다.
순수한 국내산이 그렇다는 것인데,
또 다른 한 분이 보내 준 것은 그보다 양이 많은데 가격은 오만 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먹어보니 다른 기름을 혼합한 산초기름이었다.
제 작년(2018년) 진주의 후배 시인 댁에 방문했다가 제피 나물을 먹어보았다.
일종의 장아찌처럼 담근 것인데, 그 맛이 산초와는 또 다른 맛을 낸다.
오히려 산초보다 더 강한 향이 나는 맛인데, 내 입에 너무 잘 맞아서 그 댁에 남아있던
제피 나물을 모두 싸 가지도 온 적이 있었는데
작년에 진주에서 내게 시 창작을 공부하는 분으로서 식당을 하시는 분의 식당에 들렀다가,
제피 나물에 관한 이야기를 했더니 며칠 후 적지 않은 양을 담아서 택배로 보내주었었다.
덕분에 나는 그 나물을 문학기행갈 때에 조금 가지고 가서 나누기도 했고, 삼겹살이나 두부,
심지어 밥반찬으로도 즐겨 먹었던 것이다.
오늘 전화가 왔다. “선생님! 진주에 언제 오실랍니꺼?” “왜요?”
“지금 제피 나물을 무쳐서 택배로 보낼라카다가 혹 선생님이 오신다카믄 그 때 드릴라고예.” 한다.
하지만 지금 시절이 어떤 시절인가? 코로나가 길을 막고 있는 시절 아닌가?
물론 다녀오려고 한다면 못 다녀 올 일도 아니지만,
죽순이 나는 계절에(아마 오월 쯤) 후배 시인 댁에 들러 죽순도 구하고,
가는 김에 광양 김선생 찻집에서 보이차도 마시고, 진주도 들리고,
그렇게 1-2일 또는 2-3일 일정을 계획하고 있는 나로서는 지금 움직이기는 그랬다.
“오월쯤 죽순 나올 때 내려갈게요.” “그럼 오늘 우체국에 가서 택배로 부쳐드릴게예.” 하는데
입 안에 침이 고인다. 작년만큼을 보낸다면 몇 달은 두고두고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양은 될 것인데,
“돈 많이 들었지요?” 물으니 “예, 마니들었슴더. 와예, 돈 주실라꼬예?” 한다.
“그럴까요?” 내가 말하니 “그러지 마시고예, 내려오셔서 돼지국밥에 술 한 병 드시고 가시면 되예.”
하면서 빨리 우체국 갔다 와야 한다면서 전화를 끊는다.
그러고 보니 그와의 인연이 일 년이 조금 넘어간다.
그 동안 내가 제피 나물 좋아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가,
그가 있는 시장에서는 구입 할 수 없어서 진주의 큰 시장까지 가서 사다가 양념을 넣고 무쳐서 보내
준다는 것이 너무 고맙다. 내가 그에게 준 도움은 몇 마디의 잔소리 같은 조언뿐이었는데,
그가 나와 공부하면서 그의 시가 많이 좋아졌다는 칭찬도 듣게 되고,
그의 사정을 아는 문학단체에서 그의 시집을 출간해 주고, 지역 신문 일면 톱기사로 소개되고,
지역의 방송에서 인터뷰를 해서 방송해 주고,
덕분에 그 지역의 유명한 시인이 되어버린 그 것을 그는 내 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나를 ‘그림자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물론 여러 사람에게 개별적으로는 내게 배우고 있다는 말을 하기는 했다고 하면서도,
공개적으로 내게 배운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음을 미안해하면서 부르는 별칭이다.
‘그림자 선생’ 묘하게 즐거움을 주는 별칭이다. ‘그림자 선생’
내일이면 택배가 올 것이다.
나는 내일 낮에 삼겹살과 소주를 준비해 놓을 것이다.
그러고 즐거운 마음으로 한 잔 할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제 택배를 받았는데, 육수와 고기, 그리고 야채까지.... 맛나게 한 잔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