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라도 2
한국의 남자가 외국, 그것도 동남아 여성과 결혼을 하기 위해서 결혼 소개소를 통해서 그 나라로 갔는데,
선을 보기 위한 물건(?)들이 떼로 모여 대기하고 있다가 시간이 넉넉하면 한 명씩 미팅하는 것처럼 만나고,
시간이 없으면 다섯 명씩, 열 명씩 앞에 세워놓고 질의응답을 하는 식으로 선을 보는,
아!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로마시대의 노예를 사기위해 노예시장으로 가서 줄지어 서 있는 노예들을
보면서 상품 평을 하고......, 그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한국의 유명한 전자회사가 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서 수출하고,
외국 사람들은 그 메이커를 보면서 그 상품을 사서 쓰고,
동남아의 가난한 어느 나라의 부모들은 가능한 질 좋은 딸을 낳아서 기르고,
한국의 남자들에게 그 질 좋은 제품을 소개하고, 마음에 적당하면 적당한 가격에 흥정하고,
그리고 사서 들여오고,
수입해 들어온 동남아 여성들은 남성들의 성적 만족을 채워주며, 남자가 원하는 아이를 낳아주고,
남자가 원하는 밥과 반찬을 만들어 주고, 만일, 정말 만일 말이다.
그 동남아의 여성이 그 나라에서 지금 자신을 사 가는 한국의 남자만한 남자를 만난다면 그래도 한국의
남자에게 시집이라는 이름으로 팔려 갈 것인가?
아! 이 말을 한다고 해서 내가 국제결혼을 반대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아니다.
지금도 서로가 만나서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고 있는 수많은 연인들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국제결혼으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심지어 외국의 남자들 중에도 한국의 여성을 사랑하게 되어 결혼하고 우리나라의 국적을 취득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가? 물론 동남아에서 그렇게 시집오는 여성들 중에도 행복하게 살면서 한국 사람으로 자리를 잡는
여성들도 많이 있다. 나는 그런 결혼을 비하하고 싶어서 이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 생각을 정직하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형님 댁에서 돌아오면서 술을 한 잔 마셨다.
형수님의 말이 못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기 때문이다.
내가 동남아의 여성, 즉 중국이나 필리핀이나 베트남이나 몽골이나 어쨌든 외국 여성과 라도 결혼할 의향이
있기만 하면 경비를 만들어 준다는 말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긴 사실대로 보자면 형수 입장에서는 그 말을 할만도 하다.
사십이 다 되어가는 시동생이 혼자 방 한 칸 세 얻어 살면서,
그렇다고 마땅한 직장이 있거나 주머니에 돈이라도 넉넉하게 있다면 그런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아니, 내가 변변한 직장이 있어서 매월 일정한 소득이 있었다면 나 역시 두 아이의 아빠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차마 내 형편에서 선이라도 보고 싶어 한다면 그것은,
솔직하게 말한다면 내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내 자존심까지 망가진 것은 아니다.
내가 술을 마신 것은 바로 그 자존심이 나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고 했던가? 누가 보면 쓸데없는 자존심만 살아있다고 말 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란 말이냐? 돈 없고 직업 없는 놈은 자존심도 없으란 법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고 술을 많이 마신 것도 아니다. 마음 놓고 술을 마실 만큼의 여유가 내게는 없기 때문이다.
그저 소주 한 병에 닭똥집 한 접시를 먹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술이 나를 취하게 만들었다.
아니,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기분에 취했다고 하는 말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술에 적당하게 취한 나는 조금 흔들리는 걸음으로 천천히 내가 살고 있는 반 지하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나를 지나치는 여성들이 오늘따라 예쁘게 느껴진다.
조금 뚱뚱하면 뚱뚱한대로 아름답게 보였고, 날씬하면 날씬한 대로 예쁘게 보인다.
하지만 내 여자가 아니니 예쁘게 보인다고 해 보았자 아무 소용없는 것이다.
차라리 모든 여성이 밉살스럽게 보이면 그나마 위안이 될 것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