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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꿈에서라도 8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0.06.18|조회수10 목록 댓글 3

꿈에서라도 8

 

 

! 전에 하던 일을 접고 다른 일 좀 알아보는 중입니다.”

그러세요.”

여자는 더 이상 묻지를 않았다. 만일 더 물었다면 내 대답은 궁색해 질 뻔하였다.

나는 속으로 그럼 언제 시간 있으세요?’하고 묻고 싶었다.

이왕 술 한 잔하기로 했으면 가능한 빠른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계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물을 수는 없었다. 너무 속이 보이는 질문 같았기 때문이다.

보통 책 한권 읽는데 얼마나 걸리세요?”

내가 물었다.

그 정도는 알아야 내 나름의 시간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지만

특별하게 할 일도 없는 내 입장에서야 아무 때라도 좋은 것이다.

오히려 여자의 입에서 지금 어떠세요?’ 하고 물어 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인다.

한 삼일 정도요. 하지만 이 책의 페이지를 보니 사일 정도는 걸릴 것 같아요.”

그러세요? 그럼 사일 후에 2권을 빌려 드리면 되겠군요.”

그래주실래요? 그럼 고맙고요.”

뭐 고맙기까지야…….”

댁이 이 근처이신가 봐요?”

! 저요?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머리 식힐 겸 여기로 오곤 하지요.”

소주를 즐기시나 보지요?”

여자가 내 옆에 놓여있는 포켓용 소주를 보면서 물었다.

하긴 소주를 즐기기는 하지만 오늘 이 소주는 즐겨서 마시려고 한 소주는 아니다.

며칠 이 여자가 나오지 않는 바람에 은근한 짜증이 일어 사왔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 할 수는 없는 것.

그냥, 오늘은 다른 사업 하나를 알아보다가

무슨 사업이신데요?”

여자의 질문에 나는 말을 잘 못 했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사업이라니? 겨우 알바 같은 일자리라도 알아보려고 광고지나 뒤지는 형편인데,

, 특별한 것은 아니고, 나중에 결정이 되면 말씀드릴게요.”

그러세요. 결정되면 말씀해 주세요.”

여자가 가려는지 엉덩이를 의자에서 뗀다. 그리고 일어서서

그럼, 사일 후에 여기서 봬요.”

하고는 내 인사를 받을 생각도 없이 돌아서서 또각또각 걷기 시작한다.

여자의 히프가 내 두 눈 가득 담겨온다.

나는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여자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내 평생,

아니 평생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겠지만 이번 사일처럼 지루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만나보지 못했다.

컴퓨터를 해도, 술을 마셔도, 형님 댁에 가서 어머니를 만나도,

하긴 어머니를 만나러 간 것은 자금 조달 문제 때문이었지만

아무래도 그 여자와 데이트를 하려면 어느 정도 남자의 체면을 세울 만큼의 자금이 필요한 것이겠기에,

어머니는 여자를 만난다는 것에 마음이 즐거우셨는지 두말없이 거금을 내어 놓으셨다.

거금이라야 두 사람이 식사하고 영화 한 편 보면 될 정도의 돈이었지만

어머니의 주머니 사정이나 내 형편으로 보면 거금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형님도 어머니께 귀띔을 들으셨는지 너 용돈 궁하지?’ 하면서 하얀 수표 석 장을 건넨다.

아직까지 형님에게 이만한 거금을 받아 본 적이 없었으니 분명 어머니로부터 무슨 말을 들었음이 확실하다.

나는 하릴없이 놀이터 주변을 서성거리기도 했었다.

혹시 그 여자의 눈에 뜨이면 지나가는 길이라고 핑계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지난 삼일 간 그 모습을 들어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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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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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嘉南 임애월 | 작성시간 20.06.18 그 여자의 정체도 궁금해지고....ㅎㅎㅎ
  • 답댓글 작성자고정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6.19 궁금하시면 오백 원입니다. ~~~~
  • 답댓글 작성자嘉南 임애월 | 작성시간 20.06.19 고정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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