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라도 10
“유치원을 하신다면, 정말 좋은 일이군요.
유아들 교육을 담당 할 뿐 아니라 직업도 그만한 직업이라면 사회적 지위도 괜찮고요.”
“아버지께서 저 하는 것 보고 마음에 들면 차려주신다고 하셨거든요.”
유치원을 차려준다고? 그럼! 이 여자의 집은 그 정도로 재산이 있는? 하여간,
재수 좋은 놈은 뒤로 넘어져도 돈을 줍는다더니, 내가 꼭 그 꼴이네.
“참! 아직 저녁 식사 전이시지요?”
“그럼, 아직 식사를?”
“예, 저는 퇴근하면서 바로 이리 왔거든요.
마침 오늘 유치원 회식 있는 날인데, 선생님과의 약속 때문에 기다리실 것 같아서.”
이렇게 참하고 착한 여자가 회식을 포기하고 나를 만나러 와 주다니 이것은 감격이다.
아니 감격을 넘어서 환희에 찬 송가였다. 그렇다면,
아니 이 정도로 나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면 일은 다 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이제는 나 자신이 이 여자의 마음에 들도록 행동이나 말이나 잘 해야 한다.
“그러시군요. 그럼 저녁이나 하러 갈까요? 저녁은 제사 대접하지요.”
“어머! 제가 대접을 해 드려야 하는데, 책도 빌려 주시고,
그럼 좋아요! 식사 후에 입가심은 제가 책임질게요.”
나는 속으로 웃는다. 이 여자는 드디어 내게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다.
횡제도 이런 횡제가 어디 있겠는가?
나만 이 여자에게 첫 눈에 반한 것이 아니라 이 여자도 첫 눈에 내게 반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는 말이다.
즉 식사 후의 시간을 쓰겠다는 말은 ‘당신이 내 마음에 들어요.’ 하는 말과 동의어인 것이다.
“뭘 좋아하시지요?”
“아무 거나요. 저는 다 잘 먹는 편이예요.”
“그럼, 고기류 생선류 아니면 야채류 어느 쪽이 더 좋으세요? 고기는 삼겹살부터 등심 안심이 있고요.
생선하면 회, 야채 하면 두부 전문점이라던가 하는”
“선생님은요?”
“나도 아무것이나 잘 먹는답니다. 하지만 오늘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우리 레스토랑으로 갈까요?”
“어머! 어쩜.”
“아니! 왜요?”
“나도 레스토랑을 생각했는데…….”
‘캬! 이것 참 사주팔자가, 아니 궁합을 꼭 봐야 하는 것인가?’
나는 이 여자의 말을 들으면서 궁합 배격 론 자가 되고 싶었다.
궁합을 본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모든 사람에게 큰 소리로 말해 주고 싶은 것이다.
“그래요? 그거 잘 됐네요. 그럼 갑시다. 내가 아는 레스토랑으로.”
“자주 가시는 레스토랑이 있으신가 봐요?”
“아니, 그냥”
그랬다. 나는 오늘 이 여자를 만나기 전에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고,
여러 식당을 인터넷에서 훑어 본 것이다.
레스토랑 중국음식점 횟집 한정식 집 두부전문 식당 샤브샤브식당 뷔페, 등등
내가 앞서 걷기 시작하자 여자가 쪼르르 달려오더니 내 곁에 서면서 팔짱을 낀다.
갑자기 팔이 화끈해 오더니 팔뚝에 여자의 젖가슴 체온이 착 달라붙는다.
뭉클한 것이 기분이 묘해지면서 아랫도리가 스멀스멀 거린다.
“선생님! 팔짱끼는 것, 실례가 아니지요?”
나 참, 벌써 팔짱을 껴 놓고서 이런 말을 하다니.
“아니, 좋습니다.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