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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꿈에서라도 11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0.06.25|조회수12 목록 댓글 0

꿈에서라도 11

 

 

나는 평생 처음으로 여자의 부드러운 손길과 젖가슴의 뭉클함을 느낀다.

여자의 팔짱 낀 손가락이 부드럽게 내 팔뚝을 오물락 조물락거린다.

! 이런 기분이었구나.

여자와 팔짱을 끼고 걷는 다는 것이. 나는 갑자기 이 여자의 허리를 껴안고 입맞춤을 하고 싶어진다.

누가 보든지 말든지, 하지만 내 욕심대로 다 할 수는 없는 것. 침을 꿀꺽 삼키면서 참는다.

적어도 일곱 번째 만남 전에 이 여자의 입술을 갖게 될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말이다.

 

! 먹는 것도 왜 이리 예쁜지, 스테이크 시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여성들 스테이크 먹는 것을 볼라치면 우선 스테이크를 칼로 다 썰어 놓은 후에

오른 손으로 포크를 들어 찍어 먹는 편인데,

이 여자는 왼손에 포크를 들고 오른 손에 나이프를 들고 한 점씩 썰어서 오물거리면서 먹는가 하면

두어 점 먹고는 입술을 훔치고, 와인을 가볍게 입 안에 넣고 마시는가 하면,

하여튼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무슨 맛으로 먹었는지 기억에도 없다.

하긴 내 입장에서는 삼겹살에 소주가 제격인데, 여기서 먹는 돈이면 몇 번은 삼겹살 먹을 수 있는데,

하지만 오늘은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물론 내 돈도 아니지만 말이다.

이런 여자와 결혼한다면 무슨 고생을 한다 해도 행복할 것 같았고,

이런 여자를 닮은 딸을 낳아만 준다면 세상 그 무엇 하나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행복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가 보다.

 

후식으로 아메리칸 스타일의 커피를 시킨다.

그리고 크림과 설탕을 넣지 않은, 말 그대로 원두커피의 맛을 음미하며 마신다.

그것 참! 어째 하는 짓 마다 저렇게 예쁘고 싱싱할까?

이 정도라면 이차로 소주 한 잔 마신 후에 적당한 골목으로 가서…….

가슴이 콩당콩당 거린다. 울렁거린다. 간들간들 거린다.

아니 내 가슴의 지금을 무엇이라 표현 할 길이 없다.

저 여자도 이런 기분일까? 차마 묻지도 못하면서 물어보고 싶어진다.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거리는 온통 네온사인으로 가득하다.

젊은 쌍쌍들이 웃으며 지나간다. 그렇게 부러웠던 저 모습이 오늘은 하나도 부럽지 않다.

오히려 너희들 보다 내가 더 낫다.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여자는 역시 내게 팔짱을 낀다. 나 역시 아까 그 느낌 때문에 황홀경에 빠진다.

어디로 가실래요?”

어디 가고 싶으세요?”

그냥 적당한데 가서 생맥주나 한잔 했으면 좋겠어요.”

생맥주뿐이랴, 오늘은 원하는 것 다 사준다.

아니 원하는 것이 먹는 것만 아니라

다른 것까지라도 원하기만 한다면 주머니 탁탁 털어서라도 다 사 줄 용의가 있다.

아니 그보다도 둘 만의 조용한 장소로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도 나는 전혀 문제없을 것 이다.

 

나는 골목을 지나가면서 가능한 손님이 적은 생맥주 집을 찾았다.

그리고 가장 구석진 자리로 가서 앉았다. 생맥주와 소시지를 시켰다. 건배를 하고 한 모금 들이킨다.

시원한 맥주가 목을 통해 넘어가면서 가슴이 확 뚫린다.

! 시원해.”

여자가 한 모금 마시더니 웃으면서 말한다.

하얀 이가 눈 안으로 쏙 들어온다. 손가락으로 그 이를 만져보고 싶어진다.

여자가 소시지를 나이프로 자르더니 포크로 찍어서 내 앞으로 쑥 내민다.

나는 여자의 눈을 한 번 바라보곤 입을 쑥 내밀어 받아먹는다.

소시지 맛이 대단하다. 아니 소시지 맛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 느낌이 대단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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