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라도 13(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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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지금 꿈을 꾸나?”
누가 내 어깨를 심하게 흔들고 있었다. 어디선가 많이 듣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눈을 번쩍 뜬다. 내 눈 앞에 엄마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보인다.
“무슨 꿈을 꾸길래. 손을 막 흔들고 그러냐?”
“어! 어!”
“무슨 잠을 그렇게 험하게 자냐? 이부자리도 깔지 않고, 먹었으면 설거지는 해놓고 자던가 해야지,”
어머니께서 반찬을 가져오신 것이다.
그리고 술 냄새를 풍기며 거실에서 잠을 자는 내 모습을 보면서 혀를 끌끌 하시며 개수대로 몸을 돌리신다.
나는 일어나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부터 꺼내 몇 모금 벌컥 마신다.
머릿속에서 한 여자의 뒤태가 아른거린다.
입 안에는 아직도 소시지 맛이 남아있는 기분이고 그녀의 손맛이 팔을 얼얼하게 해 주는 느낌이다.
설거지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그녀의 뒤태가 겹쳐진다.
담배부터 찾았다. 그리고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면서 밖으로 나왔다.
골목은 어두웠다. 나는 천천히 걸었다. 담배를 다 피울 때쯤 나는 놀이터에 도착했다.
정자 밑의 의자에 한 사람의 등이 보인다.
천천히 나는 그 사람 뒤로 간다. 내가 그 사람 뒤에 가기 전에 그 사람이 일어선다. 그리고 걷는다.
한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오후에 보았던 그 잘록한 허리와 흔들리는 히프가 어두움 속에서도 그 형체를 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담배를 발로 비벼 끈다.
그리고 그 여자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 까지 그렇게 서서 멍한 가슴을 손으로 톡톡 치면서 서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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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시는 동안 즐거우셨는지요?
아주 짧은 단편, 꽁뜨로 읽으셨다면 다행입니다.
이미 제목이 다 말해주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모 문학지에 게제 되었던 소설을 올려드렸고, 잠시 쉬었다가 다른 소설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일요일에는 “시”를 그리고 화, 목, 토, 2일에 한 회 올리던 소설 대신에 당분 간 짧은 斷想(단상)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얼마간 단상을 소개해 드리다가,
조금 지루하다 싶어지면 다른 단편 소설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장편도 있는데 카페는 그런대로 괜찮으나 밴드, 페북 같은 곳에 올리려면 아마 일 년으로도 부족할 것 같은
분량이라서, 하긴 단편도 아직 여유 있는 분량이기도 하답니다.
제가 쓰는 수필이 “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이라는 주제로 작은 소제목을 정해 소개하는 글이라면
(아! 이 글도 계속해서 소개해 드려야 하는데,)
이 단상은 “문득”이라는 큰 주제 안에 작은 소제목으로 엮은 글인데,
잠시 쉬는 시간에, 또는 신호대기 시간에, 아니면 어떤 상황, 환경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을
간단하게 정리한 글입니다.
그저 바라기는 “문득”을 읽으시는 분들이 함께 공감하는 글이기를 바래보면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정현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