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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65/ [남해 여행기 4]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0.09.03|조회수14 목록 댓글 2

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65

 

 

[남해 여행기 4]

이튿날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미조항으로 갔다. 새벽 경배하는 것을 보려는 것이다.

어느 항구나 경매하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자갈치 항이나 마산 항의 크기에 비해 작은 경매장이다.

하지만 경매사들과 고기를 옮기는 사람들의 부지런함은 새벽 열기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경매장으로 들어가는데 노인 한 분이 문어를 한 자루 들고 나온다.

내가 신기한 듯 바라보니 노인이 말한다.

시장에서 사는 것 보다는 그래도 싼데, 사려면 경매사에게 부탁하면 그들이 알아서 사서 수수료를 더해

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도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적어도 경매사들이 시장에 내는 가격 정도면

살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서 나도 그렇게 했다,

결론은 생각보다 싸게 샀다는 것과, 생각보다 많은 양을 살 수 밖에 없었다는 것,

따라서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써야만 했다는 것,

그럼에도 아내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한다.

하긴 아내는 문어와 게를 즐긴다. 특히 찜게 좋아하기는 누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숙소로 와서 아내는 문어를 삶는다.

산 채로 가지고 간다는 것이 좋지 않기도 하고, 대구의 딸에게도 주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어제 남은 매운탕으로 아침을 먹는다.

아내의 식성이 좋아보여서 낮에 멸치 쌈밥을 먹을 예정이니 적당히 먹으라고 했지만,

남은 음식이 아깝다는 아내의 고집은 어쩔 수 없는 일.

 

숙소를 나와 천천히 미국마을로 향한다. 독일마을과 완전히 비교된다.

관광 화 되어있지 않고 조용한 마을, 그저 펜션의 기능만 있는 것 같다. 관광객도 없다.

바다와도 많이 떨어진 위치이다. 독일마을은 전시관, 기념품 매장, 카페, 등등 관광객이 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있고 바다도 그리 멀지 않다.

 

다시 이동해서 들린 곳이 다랭이 마을, 어릴 적 천수답이 생각난다.

그 시절에는 시골 마을마다 다랭이 논이 많았다,

그저 한 톨의 쌀이라도 더 거두기 위한 어른들의 수고가 떠오른다.

! 밭벼도 기억난다. 밭에 심어 거두는 쌀, 통일벼, 알랑미라 했던가, 밥알이 풀풀 날라던 동남아의

어느 나라에서 들여온 쌀, 이제는 그런 논들이 보기 쉽지 않다.

그만큼 여유 있는 먹 거리 세상이기 때문이다.

 

어느 듯 두 시가 넘은 시간, 딸과의 시간을 맞추려면 출발해야 한다.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는데 아내가 아침을 많이 먹어 생각이 없다고 한다.

손자는 새로운 음식을 즐기지 않았고, 그러니 혼자 먹을 수는 없는 일, 포기하고 만다.

그러고 보니 내 여행의 기록 중에 그 지방의 토속 음식이라 생각되는 음식을 포기하는 기록을 세운 날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기회를 만들어 기어코 멸치 쌈밥을 먹으리라는 결심(?)을 한다.

 

운행 중 길 가에 남해 토산물 판매장이 보이자 아내가 차를 세우라고 한다.

안으로 들어서면서 내 눈에 뜨인 것은 주인의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책 무더기,

제목을 보니 엣세이 집이 대부분이다. 괜히 마음이 즐거워진다.

이런 곳의 책이라면 소설 부류라고 판단하고 있는 내 무지가 들킨 기분이다.

아내가 멸치를 사는 동안 나는 차로 가서 시집을 한 권 꺼낸다.

여주인에게 건네주니 허리를 구십도 숙이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어느 다른 분들의 인사보다 더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이 좋다.

 

결국 점심은 올라오면서 짜장 면으로 해결하고, 대구에 들러 딸과의 정겨운 만남과 식사,

그렇게 이박 삼일의 여행은 마무리 하게 되었다.

 

! 그 횟집, 나중에 들은 말로는 지인이 계산까지 하기로 약속한 것이었다고 한다. 손해(?),

하지만 다시 멸치 쌈밥과 회를 위하여, 그리고 피자를 위하여 한 번 더 걸음 할 것이라는 계산(?)

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읽는 분들께 감사를 드리면서......

 

*잠시 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의 연재를 쉬고, 다음 주에는 단편 소설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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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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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황매 | 작성시간 20.09.08 다음에 미조항으로 멸치쌈밥 드시러 가실 때는 아직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공주식당의 갈매기회(갈치회+멸치회)도 드시고 오세요^^
  • 답댓글 작성자고정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9.09 고맙습니다. 메모해 두었다가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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