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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어느 하루 (제 1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0.09.08|조회수13 목록 댓글 0

*오늘부터 주 2(, ) 단편 소설을 연재합니다.

이 소설은 2019년 모 문학지를 통해 소개 되었던 내용이며 약 10회가 될 것입니다.

물론 토요일의 斷想 문득과 일요일의 는 변함없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어느 하루 (제 1회)

 

1

 

잠은 잘수록 는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었다.

어제 하루를 거의 잠으로 보냈으면서도 늦잠을 자고 일어난 것을 보면 말이다.

그제 오랜만에 만난 사촌들과 어울려 마신 술자리가 어제 새벽까지 이어졌고 아침에 집으로 돌아온 그는

낮 동안 침대 위에서 자다 깨다가를 반복하면서 어설픈 잠으로 때웠던 것이었고,

저녁에도 아내의 등살에 못 이겨 한 술 뜬 후에 다른 날 같으면 인터넷으로 연결된 티브이에서 드라마를

몰아 보며 열두시가 넘어야 자던 버릇을 집어던지고 침대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던 것이다.

 

그는 일어나면서 입 안에 무엇인가 가득 고여 있음을 느꼈다.

아마 밤새 뒤척이며 잠을 자면서도 가래가 끓어올랐던 것을 입 안에 물고 잠을 잔 모양이다.

잠이 깨는 것과 동시에 그는 화장실을 생각했다. 소변이 급해졌기 때문이다.

소변이 급해지지 않았더라면 그는 계속 침대 속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화장실로 들어가자 곧 양변기의 비데를 뒤로 제친다.

소변을 보는데 엉덩이를 걸쳐야 하는 비데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왼손으로 비데를 제치며 동시에 입 안에 있던 가래를 퉤 뱉어낸다.

입 안 한 가득 담겨있던 가래는 그의 입에서 쉽게 변기 안으로 떨어진다. 가래의 색이 옅은 갈색이다.

그는 눈으로 연한 갈색의 가래를 보면서 오른 손으로 팬티 안에서 그의 성기를 끄집어낸다.

밖으로 이끌려 나온 성기는 인내심이 다했다는 듯 참았던 누런 오줌줄기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는 양변기에 쏟아지는 소리가 언젠가 보았던 전곡 고문리 제인 폭포의 물 떨어지는 소리 같다는 것과

이 정도면 거실에서 들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손으로 성기를 잡아 변기의 가장자리 쪽을 향해 쏟아지도록

유도한다. 오줌줄기는 변기 가장자리로 떨어지면서 그 소리가 급속하게 작아지고 부드럽게 들린다.

 

어느 정도 급한 줄기를 쏟아낸 그는 그제야 입술을 움직이기가 부담스럽다고 느끼면서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쳐본다. 그의 입술에는 하얀 표피 같은 것들이 가득 묻어 있었다.

아마 코골이를 하면서 뿜어낸 가래와 침의 흔적일 것이다.

그의 눈에 보이는 하얀 표피 같은 가래와 침의 굳은 흔적은 발바닥의 굳은 살 한 겹이 발바닥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기 위해 벌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어쩌면 물집 잡힌 손바닥의 껍질과 비슷하거나 작은 생선의 비닐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변을 다 본 그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습관처럼 몸을 침대의 이불 속으로 밀어 넣는다.

출근할 필요도 없는 그였지만 오늘은 계획된 일정이나 특별한 약속이 없기 때문이다. 방은 어두웠다.

커튼으로 가로막힌 바깥의 밝음은 그의 침대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몸이라는 놈의 습관이 참 묘하다. 조금 더 자도 된다는 생각으로 몸을 밀어 넣었는데,

그 몸이 오히려 그의 의지를 배신하는 것이다.

침대의 이불 속이 불편하다고 뒤척이더니 곧 머릿속에서 아직까지 주방이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다른 날 같으면 벌써 아내의 아침 준비 소리가 주방에서 들려야 하는데 오늘은 너무 조용한 것이다.

아내의 주방은 아내가 들어서기만 하면 시끄러워지곤 했다.

그는 늘 아내가 주방에서 내는 소리에 잠을 깨곤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아내가 주방에 있는 것이 그에게 자명종이었고 아내가 주방에 있는 것이 그의 기상 시간이었으며

그가 깨어나는 시간은 언제나 아내가 주방에서 달그락 거리는 것과 동시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기상시간은 시계가 아니라 아내의 주방에서 정해주는 일정표의 한 부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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