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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어느 하루 (제 5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0.09.22|조회수7 목록 댓글 2

어느 하루 (5)

 

 

여보, 어디야?”

아내는 그가 전화를 받자마자 물었다.

아직 공원인데, ?”

, 당신 운동 마치고 거기 좀 다녀 올 수 있어?”

아내는 다짜고짜 물었다. 도대체 거기라니 거기가 어디란 말인가?

싫으면 내가 가고

어딘데?”

, 저기 있잖아. Y슈퍼

거길 왜?”

전단지가 있는데 이제 봤네, 오늘까지 닭이 세 마리에 만원이라는데

 

그러니까 아내의 말은 Y슈퍼에서 오늘까지 닭 세일을 하니 사왔으면 하는 말이었다.

그는 아내에게 대답을 하기 전에 생각을 해본다. 그가 있는 공원에서 그 슈퍼까지는 걸으면 십오 분은

걸릴 거리였다. 예전 같으면 차를 가지고 다녀오겠지만, 그는 아내가 세일이라는 전단지를 보고 굳이

가려고 하면 반대하는 편이었다. 그 세일 품목을 사기 위하여 차를 운행하는 것이 비용 상 더 비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런 표정을 지으면 아내는 혼자 걸어서라도 가서 사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해 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이었다. 멀지 않은 거리도 아내가 몇 년 전 무릎 수술을 한 후부터

그가 아내에게 하는 가장 최선의 서비스가 아내를 태우고 시장을 가거나 병원을 가는 경우였다.

어쨌든 그가 싫다고 하면 아내는 스스로 다녀올 것이 분명하다. 아내의 말이 계속되고 있었다.

 

당신 좋아하는 삼계탕하고 애들 먹게 튀김도 하고, 한 봉지 샀으면 좋겠는데

그는 아내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이 가야 할 일이라고 판단을 내린다.

그렇지 않으면 아내가 마음 상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딱히 하는 일도 없이 그조차 거절하면 그것은 그가 아내를 대하는 자세중 비열한 결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알았어! 운동 삼아 천천히 다녀오지

세일하는 닭은 K회사에서 나오는 거니까 잊지 말고, 하긴 가보면 세일품목이라고 표시되어 있을 거야,

부탁해 여보!”

그는 산책대신에 Y슈퍼를 다녀와야 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천천히 걸으면 그것도 운동이 될 테니 말이다.

그가 Y슈퍼 방향으로 몸을 돌이켰을 때 노인 부부가 서로의 손을 잡고 느릿느릿 걸으며 그의 옆을 지나간다.

두 노인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언젠가 수지의 한 막국수 집에서 보았던 노인 부부가 떠올랐다.

조용히 식당에 들어와서 마주 앉아 막국수를 시키고 할아버지가 가위로 할머니의 국수를 잘라주던

모습이었다. 우물우물 거리며 드시는 할머니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 때 그는 그 모습을 보면서 두 분의 남은 생이 늘 편안하시기를 마음으로 빌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두 노인이 걷는 모습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신도 어쩌면 얼마지 않은 날에 저렇게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3

공원 밖으로 나와 인도로 들어선 그가 천천히 걷고 있는데 두 여자가 유모차를 끌고 대화를 나누며 지나간다.

한 여자는 한 아이를 태운 전형적인 유모차였는데 한 여자가 끄는 유모차는 두 아이가 마주보고 앉을 수

있게 제작된 리어카를 닮은 유모차였다. 직사각형의 네모 상자 안에 두 아이가 마주보고 앉아 있었고 위는

하얀 비닐과 천으로 된 지붕이 덮여있었다. 여자의 손잡이에 바퀴가 좌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설치되어있는

유모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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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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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嘉南 임애월 | 작성시간 20.09.22 아.... 닭이구나...ㅎㅎ
  • 답댓글 작성자고정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9.23 맞아요.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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